[한국여성인물사전] 77. 향복(香福·香卜)

입력 2017-03-22 10:45 수정 2017-04-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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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從母法 따라 代 이은 ‘노비의 삶’

16세기 중반 경상도 성주에 살았던 이문건(李文楗) 집안의 여종이다. 이문건의 ‘묵재일기(默齋日記)’에는 향복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이를 통해 여종의 삶의 모습과 성적 편린을 살필 수 있다. 사실 향복이 인물 란에 오를 만한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보통사람의 삶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도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등장했으며, 자료가 다양해지면서 하층민의 일생에 대한 조망도 가능해졌다. 아마 그 대표적인 사례가 향복이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들 하층민의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지 않은가?

향복의 어미는 이문건 집안의 비(婢)인 삼월(三月)이나, 그의 아비는 알기가 어렵다. 그의 아비가 누구이든 간에 향복은 어미가 이문건 집안의 비이므로, 종모법(從母法)의 원리에 따라 그녀의 신분은 비이고 소유권은 이문건에게 있었다.

향복은 태어나면서 그 어미 삼월과 함께 이 집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10세 전후부터 집안의 작은 일을 거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방청소와 정리, 화분에 물주기, 거문고 청소, 물 떠오기, 불씨 간수, 약 달이기, 이문건 손자 돌보는 것과 이문건 아들의 간병 등 집안의 잔심부름 등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부주의해서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거문고 궤 부러뜨리기·그릇 깨트리기·밥상 엎기·약 쏟기·화초 죽이기 등을 저지를 때마다 주인은 향복을 꾸짖고 매질을 해댔다. 성품도 좋지 않아 수시로 도둑질을 하고 거짓말을 해대고 화를 낼 뿐만 아니라 수틀리면 집을 나가버렸다. 향복은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는데 그중에 학질을 자주 앓았으며, 벌집을 건드려 쏘이기도 하고, 여름에는 더위를 먹기도 했다.

향복은 혼인하지 않고 애비 없는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다. 향복은 상당(上堂)에서 시중을 들 때 이문건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상당은 이문건이 개인적으로 거처하던 곳이다. 이어 천택(天澤)에게 여러 차례 간통을 당하는데, 그는 형인 이충건(李忠健)의 손자이다. 향복은 천택을 좋아했는지, 일기에는 향복이 천택의 잠자리에 찾아든 기록이 확인된다. 향복은 관노 온석(穩石)에게도 간통을 당하게 된다. 온석은 밤마다 담장을 넘어와 향복을 꾀어냈다. 이문건은 강간을 당한 향복을 꾸짖으며 소리쳐 거절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당했는지 밝히지 않아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향복은 임신을 하고 딸을 출산하게 된다. 향복이 산기(産氣)가 있다고 하자 이문건의 아내가 내려가 직접 출산을 살펴주었다. 이문건은 향복의 출산 사실만 기록할 뿐 그 아비가 누구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향복의 어린 딸도 할머니 삼월(三月), 어미 향복과 함께 대를 이어 이문건 집안에서 부림을 당하게 되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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