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박근혜 vs 제도

입력 2017-03-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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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에 입각해 나온 결과를 두고 승리라고 한다면, 범법 행위를 한 사람을 경찰이 체포한 것도 ‘경찰의 승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에 의한 결과는 그냥 승복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승리라고 여기는 측이 있다면,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를 일종의 혁명 과정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탄핵 절차는 결코 혁명이 될 수 없다. 제도적 절차에 입각한 과정은 결코 제도를 뒤엎는 혁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안은 승리를 자축할 만한 것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한 사건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면당하는 일이 다시는 우리 역사에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헌법적 가치에 관한 문제다. 그런데 이를 승리라고 말하는 측은 아마도 이번 사건을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서 파악해 보수 정권에 대한 승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승리를 자축하는 측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과에 승복한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더 생각했다면, 스스로 먼저 승복을 말했어야 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한 점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본인의 입장에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은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제도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기는 쉽지만 이를 다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라면, 국민들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자신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승복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자신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없고, 또 국가원수를 지냈던 사람으로서의 지위에도 먹칠을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또 탄핵이 마치 무슨 승리마냥 떠드는 측도,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한 점이 있다면, 일단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수용하고 그 이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에 검찰 수사 결과는 사상누각이며, 특검 수사는 정치적이어서 신뢰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역시 같은 논리로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불참했다. 이럴 거면 왜 특검을 임명했으며, 특검 수사에는 왜 응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억울하다면 오히려 특검과 검찰 수사에 당당히 응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보여주며, 역으로 검찰과 특검을 비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수사에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수사에 성실히 응하면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고, 또 자신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망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주목해야 한다. 제발 그가 전직 국가원수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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