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53. 현덕왕후

입력 2017-02-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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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간택 후궁서 세자빈으로…단종 즉위 때 살아 있었다면

현덕왕후(顯德王后)는 조선에서 처음으로 후궁에서 세자빈이 된 사람이다. 세자 시절 문종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문종은 부인복이 없었다. 문종 자신 때문인지 아버지 세종의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부인을 세 번이나 맞아들여야 했다.

“내 뜻으로는 첩을 아내로 만드는 일은 옛날 사람의 경계한 바인데, 더군다나 우리 조종의 가법에도 이런 예가 없었던 까닭으로 그 일을 중대하게 여겨 윤허하지 않았으나…”

1436년 세종이 세 번째 며느리를 선택할 때의 고심이다. 본래 후궁에서 정궁을 맞아들이는 것이 예는 아니지만, 차라리 그게 낫겠다는 뜻이다. 세종은 김씨와 봉씨 두 세자빈을 폐한 적이 있다. 덕이 없거나 음탕하다는 이유였다. 두 번이나 며느리를 내친 세종으로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미 검증된 후궁 중에서 세자빈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현덕왕후는 이때에 세자의 후궁으로 있었다. 종3품 양원(良媛)이었다. 이때 물론 다른 후궁들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에서 권씨가 세자빈으로 뽑힌 것이다. 권씨는 어떻게 해서 세자빈이 될 수 있었을까?

“‘나이가 같으면 덕으로써 하고, 덕이 같으면 용모로써 한다’ 했는데, 이 두 사람의 덕과 용모는 모두 같은데, 다만 권씨가 나이가 조금 많고 관직이 또 높다. 또 후일에 아들을 두고 두지 못할 것을 알 수는 없지마는, 그러나 권씨는 이미 딸을 낳았으니, 의리상 마땅히 세자빈으로 세워야 될 것이다.”

역시 세종의 말이다. 권씨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경쟁자는 종4품인 홍승휘(洪承徽)였다. 사실 문종은 홍씨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홍승휘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권양원에게는 경혜공주가 있었다. 권씨의 출산 경험이 경쟁력이 됐다.

과연 권씨는 세자빈이 되고 나서 5년 후 왕자를 생산한다. 그가 단종이다. 그런데 권씨는 단종을 낳은 바로 다음 날 죽었다. 현덕왕후의 죽음은 왕실과 단종에게는 큰 손실이었다. 문종은 이후 즉위할 때까지 10년 가까이 정식 부인 없이 지냈고, 왕실에는 명실상부한 안주인이 없게 된 것이다. 또 단종이 어린 나이로 즉위했을 때 어머니 대비가 없는 것도 그 위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아마도 현덕왕후가 대비로서 존재했다면 세조가 왕위를 차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비는 왕을 제외하고는 왕실 내 최고 위치이며 그래서 왕위 계승 지명권을 갖는 존재이다. 현덕왕후는 단종 폐위 후 그 능이 파헤쳐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중종 때 복위되었다.

조선 초기 후궁에서 세자빈이 되는 길이 열려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처첩 구분은 민감한 문제였고 또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덕왕후가 세자빈으로 올라간 것은 딸을 낳았다는 것 외에 시아버지 세종으로부터 남다른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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