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또 하나의 가족, 반려견

입력 2017-01-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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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잠이 깨어 거실로 나와 책을 펼쳤다. 그런데 ‘다롱이’가 자다 말고 나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문득 ‘네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벌써 12년이 되는구나. 너하고 내가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만나 이렇게 한 집에 살고 있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며 ‘저 녀석은 또 무슨 생각을 하며 날 쳐다보는 것일까’ 싶어 가슴이 뭉클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애완견이나 소유물이 아니라 친구나 가족, 자기 삶의 일부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충동적인 구매로 강아지를 산 뒤, 마음이 변하여 버리는 사람도 있다. 반려견이 질병에 걸려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학대하고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영악한 돈벌이 수단으로 개를 악용하는 사례를 보면 가슴이 떨려 진정이 잘 안 된다.

12년 전, 아들 녀석이 2개월 된 시츄 한 마리를 친구에게서 얻어왔다. 꼼짝없이 매달려야 하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대소변 가리기를 가르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고 식탁의 음식을 먹고 싶어 빤히 쳐다보는 녀석의 시선을 외면하는 일도 고역이었다. 같이 자겠다고 침대를 박박 긁으며 찡찡거리는 소리를 밤새 참아내는 것은 끔찍한 고문이었다. 하지만 다롱이를 씻기고 먹이고 산책시키고 놀아주면서 정이 듬뿍 들었다. 녀석을 데려오기 전에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유기농 간식을 먹이고, 정기적으로 미용시키고, 옷 해 입히고, 수술까지 받게 하며 애견호텔에 ‘모시는’ 사람들을 보면 참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 키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여행을 가면서 다롱이를 애견호텔과 병원에 두 번 맡겼는데 신종 플루에 걸려 심장병까지 얻었다. 매일 약을 먹인 지 5년이 다 되어 간다. 그 후로 아내는 강아지를 어디에 맡기지 못한다. 하루도 집을 비우지 못해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갔다. 그러나 다롱이와 함께하는 12년 동안 공통 화제도 늘고 웃는 날도 많아졌다. 가족이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 반려견만큼 열렬히 반기고 환호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족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그런 강아지의 미덕을 우리도 배우자고 강조한다.

이제 녀석의 눈만 보아도 소통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먹을 것을 달라는 것인지, 외출하자고 보채는 것인지, 놀아 달라는 몸짓인지,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좀 쳐다보라는 것인지, 오줌이나 똥이 마려운 건지…. 다롱이의 기쁘고 슬프고 귀찮고 무안하고 쑥스럽고 화나고 우울한 감정까지도 헤아릴 수 있다. 우리가 먹을 것을 주고 살 곳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했지만 다롱이가 우리 가족에게 준 사랑과 충성, 기쁨, 웃음과 위로를 생각하면 다롱이는 반려견 그 이상이다. 우리 가족인 것이다. 초혼으로 맺어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한 지붕 밑에서 사는 사람을 예전엔 ‘가족’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엔 재혼 가족, 한부모 가족, 무자녀 가족, 따로 떨어져 사는 분거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다문화 가족, 조손 가족, 동성애 가족까지…. 우리와 다롱이는 일종의 입양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탄천의 잔디밭을 빛의 속도로 달리던 다롱이가 요즘은 귀와 눈도 어두워지고 예전처럼 우리를 반기지도 않고 잠만 잔다. 다롱이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주인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먼저 건너간 반려견이 주인을 마중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우리 다롱이와 함께, 반려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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