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엄정화, ‘한국판 마돈나’라고?

입력 2017-01-1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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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가수 엄정화(48)가 돌아왔다. 8년 만이다. 새 음반 타이틀은 ‘The Cloud Dream of the Nine’.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쓴 고대소설 ‘구운몽(九雲夢)’과 동명이다. 엄정화의 꿈을 귀에 쉽게 다가오는 멜로디와 가사의 디스코 곡 ‘Dreamer’와 몽환적 분위기의 딥하우스 곡 ‘Watch Me Move’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9곡 노래에 담는다.

엄정화의 가수로서 귀환은 적지 않은 의미를 담보한다. 이견은 있지만 ‘구운몽’을 통한 그녀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확장하고, 중견 가수의 편견을 멋지게 무력화시키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복고 열풍으로 인해 1990년대 가수들이 속속 복귀했다. 팬덤을 일으켰던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가 해체 16년 만에 재결성된 것을 비롯해 해체한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 바람도 거세다. 하지만 복귀한 가수와 아이돌 그룹 상당수가 새로운 음악적 시도나 트렌드의 진화 없이 추억팔이에 의존해 음악의 퇴행만을 불러왔다. 대중은 복귀 가수에 대해 일회용 관심만을 보이다 이내 외면했다.

하지만 엄정화는 다르다. 배우로 먼저 데뷔한 엄정화는 1993년 1집 ‘Sorrowful Secret’을 시작으로 가수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배우와 가수를 병행한 엄정화는 ‘배반의 장미’ ‘Poison’ ‘초대’ ‘몰라’ ‘Festival’ ‘다 가라’ ‘디스코’ 등 수많은 히트곡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시대를 앞선 실험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공연 문화를 진화시켰다. 무엇보다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독창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체 불가의 강력한 섹시 이미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래서 엄정화를 ‘한국판 마돈나’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엄정화를 ‘한국판 마돈나’라는 수식어로 간단하게 가둘 수 없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녀의 음악적 도전과 성취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엄정화 이전의 섹시 가수 이미지의 유효성은 30대까지였다. 40대에 들어서서 섹시 콘셉트의 댄스 가수를 표방하거나 섹시 이미지를 전면에 내보이는 여자 가수는 드물었다. 엄정화는 실험성과 독창성을 담보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여자 가수의 나이와 섹시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저의 가수 콘셉트와 음악 활동의 모토는 섹시함이 아니다. 노래에 맞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댄스곡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노래로 표현하려고 하는 게 섹시함만은 아니다. 일부러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섹시한 느낌은 좋아한다.” 엄정화가 밝힌 섹시 이미지와 나이, 음악에 대한 생각이다.

대중의 취향과 기호는 급변한다. 대중음악의 트렌드 역시 시시각각 변한다. 변화하는 트렌드와 취향을 이끌지 못하면 가수는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나이라는 물리적 상황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치열한 열정,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엄정화는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이 ‘옥루몽’ 등 후대 소설에 영향을 끼쳤듯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돋보인 엄정화의 ‘구운몽’은 대중음악에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녀의 음악적 도전과 시도는 서산대사의 시 ‘답설(踏雪)’을 떠올리게 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인기와 명성, 나이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며 음악적 진화를 꾀하고 있는 엄정화는 이효리, 백지영 등 후배 가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인생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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