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제위기 재촉하는 주택정책

입력 2016-10-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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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주택건설이 주도한 건설투자가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지난 2분기 우리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중 건설투자가 기여한 비율이 절반이 넘는 1.7%포인트나 된다. 이에 반해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산업은 추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우리나라 13개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11.8%나 감소했다. 경제가 집만 짓고 먹고살 것은 잃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증가이다. 주택건설이 가계부채에 의존하고 있어 부도위험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가계부채는 125조 원이나 증가하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시장 붕괴와, 이에 따른 가계 연쇄부도가 경제를 침몰의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주택건설의 거품에 빠진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택경기를 부양하여 내수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폈다. 건축규제와 대출규제를 대폭 풀어 주택건설과 매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한국은행은 정부 정책에 호응해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춰 금리 부담을 줄였다. 그러자 시중의 부동자금이 대거 주택시장으로 몰렸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 경쟁력을 잃어 불안한 경제가 주택시장 거품에 들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경제로 바뀌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경제 붕괴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금년 내에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우리 경제는 외국 자본의 유출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면 주택시장과 경제의 동반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 우선 정부는 경제 붕괴를 재촉하는 주택시장 거품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주택경기를 부양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수술을 해야 할 환자에게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최근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부도를 막기 위해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주택시장을 위축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택물량 공급을 줄이고 집단대출 보증심사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책이 미흡하자 주택가격은 오히려 상승의 역풍이 불고 가계대출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불난 집에 석유를 끼얹는 격이다. 주택분양권 전매 금지,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의 강력한 정책을 펴 주택시장의 투기와 가계부채 증가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정부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부실이 심각한 해운과 조선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들이댔다. 그러나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해운산업의 경우 한진해운에 대해 정부 부처 간 구조조정을 놓고 다투다가 사후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추진했다. 즉각 기업경영이 마비 상태에 처해 국제 물류대란을 낳았다. 기업도 잃고 산업도 잃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자구 노력을 하면 자금 지원을 해주는 시혜성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부실기업을 연명하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을 퍼붓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백지 상태에서 주요 산업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그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순수 경제논리로 산업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릴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의 거품정책을 중단하면 금리를 인하해도 가계부채 증가의 우려는 사라진다.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면 저금리의 자금이 기업의 창업과 투자로 흘러들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 경제는 각국이 통화전쟁과 보호무역주의에 휩싸여 자칫하면 수출산업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는 무한경쟁 상태이다. 금리를 내려 원화를 절하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지키는 정당방위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정책 기조는 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과감한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세계 경제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거꾸로 외국 자본을 불러들이는 공격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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