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마케팅의 허상, 문제는 돈이 아니다①

입력 2016-07-27 10:40 수정 2016-08-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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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운영의 후진성, 낙후된 스포츠 마케팅, 그리고 불가능한 수익성으로 인한 낮은 자생력. 이는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을 분석할 때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단어들이다. 사람들은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이 운영의 선진성과 동일시되는 개념이라 생각하며 구단의 수익성을 보장해준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을 추구하는 것은 구단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방법론은 구단 운영의 묘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은 운영의 선진성을 위해 필요한 매개적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구단 운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구단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올리게 되는 것 역시 성공적인 운영 결과 중 하나일 뿐이지, 수익성의 추구 자체가 구단 운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즉, 프로스포츠팀은 수익만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스포츠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기업과 같은 이윤 추구의 논리를 스포츠팀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은 기형적 출생 배경과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고, 그동안 구단의 운영 철학과 팬들과의 공유된 가치가 부재했던 국내 프로스포츠팀들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고민을 연재 형식으로 나눠보고자 한다.

국내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프로스포츠팀을 보유한 기업은 제일기획으로, 총 5개의 프로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기획이 지금과 같이 다수의 프로스포츠팀을 보유하게 된 지는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재편되면서 철저하게 자본 투입 대비 성과, 즉 효율성을 근거로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섰고, 자본 투입 대비 가시적 수익성이 마이너스 상태인 프로스포츠팀들은 자연스레 구조조정 0순위에 오르게 되었다. 다수 프로팀의 스포츠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던 제일기획은 2014년 국내 축구의 최고 명문 팀인 수원삼성블루윙즈(수원삼성)를 인수했고, 이후 남녀 프로농구팀, 남자 프로배구팀, 그리고 올해 삼성라이온즈까지 모두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이 완료됐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제일기획이 수원삼성을 인수할 때 국내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국내에도 전문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시대가 열렸다고 긍정의 목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선진화된 스포츠 마케팅을 바탕으로 프로팀들의 자생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과연 사실일까? 사실 이와 같은 조직 개편은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임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제일기획은 삼성그룹의 광고 대부분을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원삼성의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광고 역시 집행하고 있었다. 또한, 수원삼성의 스폰서십과 마케팅 역시 대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영적 관점에서 보자면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대행사였던 제일기획이 광고주의 과거 자산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제일기획엔 ‘갑’이었던 수원삼성이, 하루아침에 제일기획의 ‘을’로 전환된 것이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이겠는가? 팀의 수준 격하가 바로 그 첫째다. 그리고 팀의 수준이 격하되면 자연스레 나타나는 순서는 바로 모기업 후원금의 감소일 것이다.

실제로 수원삼성에 지급됐던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은 제일기획으로 소속이 변경되면서 100억 원이 넘게 감소했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아마도 투자는 줄이고 수익은 늘리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일 것이다. 당장 몸값이 높은 프랜차이즈 스타들과도 계약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엔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쳐 팬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자신있어 했고 스스로 스포츠 마케팅의 노하우라고 생각했던 ‘효율성의 추구’나 ‘체질 개선’과 같은 미사여구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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