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송중기에 이건희까지 노린다”…찌라시, 루머와 정보 사이

입력 2016-07-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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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보검 인스타그램)
(출처= 박보검 인스타그램)

“보통 남자들 룸살롱 갈 때 3명 이상 모여서 갑니다. 거기에 박유천 혼자만 있었겠습니까? 한류스타 A와 요즘 대세 스타 B도 동행했습니다.”

얼마 전 종편 프로그램에서 한 대학교수가 내뱉은 말입니다. 박유천 성폭행 사건을 다룬 찌라시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했네요. 방송을 본 네티즌 수사대는 곧 안테나를 세웠고, 일부는 그가 말한 루머 속 주인공으로 송중기, 박보검을 지목했습니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습니다. “찌라시 내용이라 설마했는데, 방송에서까지 언급되는 것 보면 진짜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송중기와 박보검은 오늘(1일) 공식 입장을 내며 강경히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최초 유포자는 물론 이를 퍼트린 사람들까지 죗값을 받게 할 것이라고 하네요.

*찌라시(ちらし): 일본어로 전단지를 뜻하는 지라시(散らし)가 어원. 증권가 정보지를 뜻함. 정치, 기업, 연예 등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가 총망라되는 것이 일반적. 예전에는 기업 경영자나 투자자들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됐지만, 수년 전부터는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으로 흘리는 경우가 많아 악성 루머의 온상이 되고 있음.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찌라시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쌀을 거래하는 미곡상들이 시세ㆍ날씨ㆍ재고량 등이 적힌 종이를 공유한 게 그 시초라고 하네요. 당시 쌀 시세는 ‘전보(전신을 이용한 통보)’를 통해 주고받았는데요. 가장 먼저 가격을 접하는 통신사들이 미두꾼들에 정보를 흘리면서 차익을 남겼다고 합니다.

일제의 잔재는 주식시장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60년 전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개장한 뒤, 찌라시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때는 2000년대인데요. 코스닥 기업에서 하루에 수건씩 인수ㆍ합병(M&A)이 터지던 때죠. 어느 게 진실이고, 어느 게 거짓인지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주가 차트(출처= 한국거래소ㆍ키움증권 '영웅문')
▲삼성전자 주가 차트(출처= 한국거래소ㆍ키움증권 '영웅문')

“지라시, 아직도 믿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미들은 찌라시에 의존합니다. 어제 이른 점심을 먹은 후 밀려오는 식곤증에 아이스커피를 연실 들이키고 있을 무렵, 제 눈을 의심케 하는 메시지 하나가 전달됐습니다.

[받은글] 삼성 이건희 회장 사망 3시 발표 예정 엠바고.

이 한 줄짜리 찌라시는 삽시간에 증권가에 퍼졌고, 청와대에 보고가 들어갔다는 살까지 더해져 2보, 3보를 만들어 냈습니다. 소식(?)을 접한 주식시장은 곧바로 출렁였죠. 삼성가(家) 승계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에 개미들이 몰렸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은 장 중 한때 8% 넘게 뛰었습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까지 나서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투자자들은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이건희 회장의 죽음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하나의 재료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어제 하루 삼성그룹주에서 출렁인 돈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12조 원입니다. 루머를 믿은 자는 돈을 벌었고, 정보를 확인한 자는 돈을 잃는 모순의 소산입니다.

3년 전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작년 구글 피인수설 때문에 주가 멀미를 겪은 LG전자, 지난달 신공항 테마주 때문에 두 번 상처 입은 영남권 주민들까지, 모두 찌라시 피해자들입니다.

(출처= 영화 '찌라시')
(출처= 영화 '찌라시')

“비밀이 진실을 잃는 순간 찌라시가 된다.”

영화 ‘찌라시’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함께 일하던 여배우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찌라시 근원을 추적하는 우곤(김강우 분)이 한 말이죠. 그의 말처럼 찌라시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거짓프레임입니다. 이건희 회장과 송중기, 박보검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도 충분히 빠질 수 있는 함정이죠. 찌라시의 늪을 만들고 있는 건 ‘Ctrl C + Ctrl V’를 누르면서도 “이거 너만 봐”란 면죄부를 받는 우리의 손가락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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