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e스포츠는 사회악인가?

입력 2016-05-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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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미국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종합채널인 ESPN에서 e스포츠를 생중계하고 있는 것이었다. ESPN과 한 게임사가 e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자사 게임의 홍보를 위해 공동으로 대학생 리그를 만들었고, 그날은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아무리 미국이 스포츠의 천국이라지만, e스포츠가 미국에서 생중계되는 것은 매우 낯선 광경이다. 하지만 결승전의 열광적인 분위기와 엄청난 관중 수는 어느 스포츠의 결승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사실 e스포츠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데 한국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보기 위해 광안리를 찾아온 10만명의 구름 관중과, 지난해 상암구장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4만석을 모두 매진시킨 유료 관중을 보고 국내외 언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뿐만 아니라 각국의 e스포츠협회는 국내 e스포츠협회인 KeSPA를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국제 e스포츠연맹인 IeSF 역시 국내에 위치하고 있어 e스포츠의 종주국이란 명성이 헛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명성과는 다르게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행정적인 진보는 매우 더디다. 1999년 설립된 KeSPA는 지난해에서야 힘겹게 대한체육회의 준가맹단체가 되었다. 그동안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스포츠계 내부의 편견이나 협회 간 헤게모니 싸움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또한 정부의 편견과 규제도 문제다. 게임산업은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현재는 게임 자체가 마약, 알코올, 도박과 같이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할 4대 중독 대상이 되어버렸다. 자연히 국내 게임산업은 위축된 반면, 중국의 게임산업은 정부의 지원 아래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 게임사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기업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일구어 놓은 산업 텃밭을 스스로 외지인에게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참여 인구의 확대, 스포츠와 ICT 등의 활발한 결합으로 스포츠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고부가 가치성은 나날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웨어러블 장비의 사용이나, 빅데이터의 활용 역시 활발해지며 스포츠는 점점 우리 사회의 스마트한 미래 먹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산업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까? 미래의 스포츠산업은 아마도 현재 e스포츠의 연장이자 e스포츠에서의 진화적 모습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예를 들면, e스포츠가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하며 탈(脫) 온라인을 역설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증강현실 기술로 무장된 경기장의 혁명적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미래에는 우리의 스포츠 활동이 e스포츠에 자동 연결되어 직접 스포츠 활동과 간접 게임 활동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 스포츠의 무한한 확장을 가능케 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얼마 전 국제e스포츠연맹의 사무총장은 국제스포츠협회 간 협력과 소통을 담당하는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에 참석, e스포츠에 대한 올림픽 종목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올림픽에서 e스포츠 경기를 본다? 이를 상상이나 해봤는가?

e스포츠는 현재에서 미래를 경험하게 해줄 미래산업이다. 무인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되었듯이, 스포츠의 온라인화가 스포츠 산업의 미래가 될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는 이를 준비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사회악이라는 편견에 여전히 빠져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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