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경제력 집중으로 몸살 앓는 미국

입력 2016-04-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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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뉴욕 주재기자

대통령 선거철을 맞아 달아오른 미국의 경제력 집중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선정을 위한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으나 양당 후보는 물론 계층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무역자유화와 글로벌화가 경제력 집중과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으나 재계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층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국수주의적 보호무역 공약에 백인 저소득층과 젊은 유권자들은 더 열광하고 있고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의 경제력 집중 해체 공약은 선거 차원을 넘어 사회운동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 거대한 물결을 돌리기 위해 자선사업으로 존경받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창립자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무역자유화와 글로벌화의 혜택을 미국이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득해 보지만 화난 민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후보와 샌더스 후보에 열광하는 미국인들도 무역자유화와 글로벌화의 혜택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이 잇달아 발효되고 미국 기업이 주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위에서 10위를 모두 차지하게 된 데는 묵묵히 따라준 근로자들의 공이 적지 않다. 그런데 자유무역협정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나고 기업은 커졌는데 그 혜택은 경영층 등 상위 1%에게만 돌아간 것이 각종 통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실직과 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더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상처받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파업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다. 버라이즌이 모바일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유선전화와 인터넷 사업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시직을 확대키로 하자 정규직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규직 근로자들은 유선사업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임금은 제대로 인상하지 않고 고용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로웰 매캐덤 최고경영자(CEO)는 “임시직을 채용하지만 정규직을 해고하지 않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샌더스 후보가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 있을 리 없다. 직원 인건비는 쥐어짜면서 자신은 수천만 달러의 보너스를 챙기고 있다며 최고경영자의 탐욕을 질타하고 나섰다. 여기에 독과점의 폐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가세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높은 이윤만 챙기고 투자를 등한시하는 대기업의 행태로 인해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좋은 일자리도 생기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느려 터진 인터넷 속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반기업적 분위기의 대선 열풍 속에 화이자 등 거대기업의 인수 합병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재계 거물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며칠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에서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원 연설을 하면서 “유권자들이 왜 그토록 화가 났는지 이제 알게 됐다”고 실토했다. “금융위기 이후 8년간 미국인의 80%는 실질 임금이 1센트도 오르지 않았다”는 그의 연설을, 분노한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질 임금이 회복되지 않으니 서민들의 구매력이 약해지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다는 논리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상위 1%가 구매하는 최고급 상품과 주택, 골동품과 예술품의 가격은 치솟는데 서민물가는 미동도 하지 않는 것도 경제력 집중의 단면이다. 물가마저 양극화되면서 금리정책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대폭 확대하는 연방과 주정부의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높여 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으로 동병상련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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