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찌라시’는 영원하다

입력 2016-03-30 11:44 수정 2016-03-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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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얼마 전 또다시 연예인 성매매 사건이 발생하자 증권가에서는 해당 연예인이 누군지 추측하는 소위 ‘지라시(찌라시)’가 난무하며 들썩였다. 연예가 찌라시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해당 연예인을 추측하는 실명이 나돌아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 찌라시에서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아 찌라시를 생성했거나 유포한 사람은 해당 연예인의 법적 대응으로 처벌을 받지만 해당 연예인은 이미 사회적 낙인이 찍혀 명예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많은 사람은 사건의 진실보다는 그럴듯한 의혹과 ‘카더라’를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찌라시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들이 성매매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주식시장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해당 주식을 사는 순간 찌라시를 성경 구절보다 더 강력하게 믿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 찌라시의 역사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음해와 투기로 얼룩진 ‘카더라’는 조선시대에도 난무했다. 기묘사화(己卯士禍)와 같이 수많은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간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찌라시가 난무하는 상황의 일부 책임은 사법기관에게 물을 수 있다. 찌라시를 만들고 유통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찌라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사법기관에 수사 요청을 해도 수사기관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면 상대방을 음해하는 찌라시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에 먼저 들어가는 일도 있다. 이 같은 사법당국의 행태는 사실상 찌라시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다.

추측이나 음해를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해 찌라시를 뿌리거나 고발 또는 민원을 넣으면 그 해당 당사자는 수사기관의 내사 또는 수사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황이 그럴듯하기라도 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으로 몇 년간 고통을 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최근 음해성 찌라시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피해를 보는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위증과 무고가 판을 치고 투자자들에게 찌라시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거기에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수사기관이 나서서 내사나 수사를 하고 있으니 어찌 찌라시와 무고가 사라지겠는가.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부터가 찌라시를 이용해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찌라시 내용을 국정감사나 정부 질의 등에서 “이런 말들이 있던데 사실이냐”며 합법적인 방법으로 마치 사실인 양 치부하는 사례도 있어 한심한 수준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언론의 창구가 막혀 있을 때 국회의원에게 부여했던 면책특권을 오늘날에는 찌라시 유포 특권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법기관은 과장·과대에 대해서는 나름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음해나 고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하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과장·과대 내용을 유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악재성, 음해성 찌라시에 대해서 조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필자 기억으로는 조사 사례가 미네르바나 북한 핵실험 찌라시를 통해 선물옵션 수익을 본 경우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도 아닌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 음해성 찌라시를 사법당국은 마치 민주투사의 전단지 유포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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