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대구의 세 동기와 美 대선 토론

입력 2015-11-26 13:17 수정 2015-11-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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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뉴욕 주재기자

필자는 TK(대구·경북)출신이다. 경북고등학교 57회로 1973년에 입학해 1976년에 졸업했다. 난데없이 출신 고등학교 이야기냐고요? 류성걸 의원, 유승민 의원, 그리고 정종섭 장관(가나다 순). 요즘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 세 동기 동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류성걸 의원은 1학년 때 짝이었다. 유순하고 화낼 줄 모르는 안동 양반 기질을 그대로 지녔다. 줄곧 정부예산을 담당하면서 소위 잘 나가는 관료로 컸다.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국회에 참석하느라 하루에 두어 시간씩 쪽잠을 자면서도 그 많은 민원을 한결같이 웃는 얼굴로 들어주는 자세에 놀랐다. 기획예산처 과장, 국장 시절에도 그랬다. 늘 변함없는 자세다.

유승민 의원은 너무 알려져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배신이란 단어와는 정말 안 어울리는 동기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보살피는 성품으로 동기들 사이에서는 신뢰와 의리의 상징이었다.

정종섭 장관은 동기 모임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행정자치부 장관이 되고 난 뒤 인사차 송년회에 참석했을 때 졸업 후 처음 봤다는 동기들도 많았다. 유신 헌법을 반대했던 기개 있는 헌법학자며, 경주 명문가의 후손으로 명필의 계보를 잇고 있다. 계파 정치와는 당초에 거리가 먼 성품이다.

총선이 가까워오면서 이 세 동기에 대한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미국에까지 들린다. “배신을 해서 찍혔다”, “공정선거에 어긋나는 발언을 했다” 등등. 그런 소문이 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칠과삼(功七過三), 아니 공구과일(功九過一)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감싸고돈다 할 터이니 더는 옹호하는 말을 삼가기로 하겠다.

이 세 동기가 총선에서 경쟁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세상살이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선량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그렇게 뽑힌 국회의원’이다. 그러니 훌륭한 인물들이 경쟁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요즘 한창인 미국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다보면 이 세 동기의 모습이 겹치곤 한다. 특히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민주당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때다. 버니 샌더스 후보(연방 상원의원)가 “미국인들은 ‘그 놈의 이메일(damn emails)’에 질렸다. 실질적 이슈에 집중하자”고 했던 장면이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감싸주는 의외의 발언이었다. 토론회장은 박수와 감동으로 가득 찼다.

이 장면을 보면서 “대구시민은 그 놈의 배신이니, 친박이니 하는 말에 질렸다. 전국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대구시민을 잘살게 하는 이슈에 집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기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또 한 장면은 공화당 후보 3차 토론회 때다. 젭 부시 후보(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정치적 제자인 마르코 루비오 후보(연방상원의원)의 회기 중 투표참석 부진을 공격했다가 망신만 당한 장면이다.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이런 민망한 행동을 동기 중 누가 하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도 한다.

요즘 모임에서 후배인 유중일 감독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져 통합 5연패를 놓쳤지만 스포츠맨십의 모범을 보인 유 감독을 모두들 칭찬한다. 이긴 팀은 이긴 팀대로, 진 팀은 진 팀대로 환호와 격려를 받는 윈-윈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게임은 훌륭한 관중과 언론이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가올 총선에서 세 동기가 후배 못지않게 페어플레이를 하리라 믿는다. 그러면 대구시민, 선거참모 그리고 언론도 감동이 있는 선거문화를 이루는 데 함께할 것이다. 총선이 끝난 후 동기들이 다 모여 웃으며 술잔을 나누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미리 한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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