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쓰레기라뇨, 블랙베리 프리브 리뷰

입력 2015-11-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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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리뷰 제품은 블랙베리 프리브. 날이면 날마다 오는 블랙베리가 아니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블랙베리란 말이다. 내년까지 단말기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우리의 애정 어린 관심을 쏟아붓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도 관심은 제법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베리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니까 말이다.

얼굴은 잘 생겼지만, 현실과 타협할 줄 몰라 돈벌이는 시원찮았던 내 오래된 남자친구가 갑자기 대기업에 인턴사원으로 취직한 느낌이랄까? 오랫동안 지켜왔던 신념은 버렸지만, 대기업 타이틀은 최소한의 월급을 보장해줄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 건, 변심한 그가 여전히 잘 생겼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잘생긴 그대

안녕, 블랙베리 프리브. 안드로이드를 품었다는 이 단말기에는 블랙베리가 품은 독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일단 화면이 몹시 크다. 4.5인치 화면에 쿼티 키보드까지 넣었던 블랙베리 패스포트부터 이 제조사의 큰 화면 욕심은 알아챘지만, 이번엔 더 크다.

무려 5.43인치로 갤럭시S6 엣지(5.1인치)와 비교해도 더 크다. 2560×1440 해상도의 AMOLED 디스플레이는 훌륭하다. 밝기도 충분하고, 선명하며, 화사하고 아름다운 디스플레이다. 심지어 갤럭시S6 엣지처럼 듀얼 커브드 디스플레이까지 적용했다. 삼성 제품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곡률이 훨씬 완만해서 사진으론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실물로 보면 우아한 곡면이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잘 어우러지는 요소라고 평가하고 싶다.

비장의 무기는 쿼티 키보드. 풀사이즈 대화면 터치 디스플레이와 쿼티 키보드 모두를 포기할 수 없었던 블랙베리는 슬라이드 바 방식을 선택했다. 상당히 욕심을 부렸고, 위험한 도전이었다. 첫눈엔 일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같지만 화면 하단을 슬쩍 밀어 올리면 물리 키보드가 나타난다. 짜잔!

두께가 9.4mm로 제법 두툼하다. 갤럭시S6 엣지가 7.0mm, 아이폰6s의 두께가 7.1mm인 작금의 트렌드에 크게 역행하는 두께다. 하지만 슬라이드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두껍게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슬라이드를 올려 물리 키보드를 사용할 때는 두께가 절반으로 분리된 상태라 더 얇게 느껴진다.

후면은 독특한 질감으로 처리돼 있는데, 미끄럽지 않고 손에 딱 붙는 느낌이 좋다. 스크래치에도 강하고 잡는 맛이 좋아서 만족. 송이 송이 따먹고 싶은 블랙베리 로고는 언제나 깜찍하고.

과한 액세서리(?)나 디자인 요소가 투입됐음에도 블랙베리 프리브의 전체적인 디자인 밸런스는 흔들림이 없다. 고급스럽고, 시크하고, 블랙베리답다. 사진으론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데 실물로 보면 감동받을 것. 혹자는 슬라이드 바 형태의 디자인을 두고 ‘요롱이’라 조롱하던데, 아니다. 직접 보면 그냥 예쁘다. 흔한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멋이 있다.

손에 짝 붙는 쿼티 키보드

자, 바로 키보드를 만져보자. 타이핑하는 느낌은 아주 좋다. 너무 물렁하지도 않고, 너무 단단하지도 않아 적당하다. 나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키 두 개를 동시에 누르게 되는 실수가 잦더라. 자판에 한글이 써있지 않기 때문에 손끝의 기억에 의존해서 한글 타이핑을 해야 한다. 이건 의외로 금방 적응하게 된다.

물리 키보드로 입력하던 도중에 슬라이드를 닫아버리면, 바로 화면에 가상 키보드가 나타난다. 사실 슬라이드를 닫은 상태로 사용해도 전혀 문제없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가상 키보드와 터치 조작으로 사용하면 된다. 때문에 이 기기에 굳이 쿼티 키보드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쿼티 키보드가 있기 때문에 이 애매한 포지션의 안드로이드 뉴비폰이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잘 만든 키보드의 ‘따닥따닥’ 누르는 손맛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키보드가 주는 디자인 감성은 프리브를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상 키보드로 인해 화면을 절반쯤 가리지 않은 상태로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하단의 물리 키보드에서 글자를 입력하며 디스플레이 하단엔 특수문자와 숫자를 띄워놓을 수 있다는 것도 꿀팁.

게다가 이 키보드는 오로지 문자 입력만을 위해 쓰는 도구가 아니다. 자판을 트랙패드처럼 사용해 손가락을 위아래로 굴리면 스크롤링이 가능하다. 빠르게 왼쪽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화면 전환이 되며, 심지어 특정 자판을 단축키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는 ‘F’ 키를 길게 누르면 바로 페이스북이 실행되도록 설정해 놓았다. 꽤 편하다. 쿼티 키보드의 쓸모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한 모습이다.

참고로 키보드를 사용할 때 무게 중심이 위로 쏠려서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슬라이드를 여닫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화면을 터치하게 되는 불편함은 있었다.

아, 과거 피처폰 시절처럼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는 동작으로 전화 수신이 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스르륵, 여보세요? 추억 돋는다.

안드로이드 뉴비의 첫 작품

제품 상단의 블랙베리 로고 밑으로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UI가 펼쳐진다는 건 실로 묘한 일이다. 합성 같기도 하고, 얼떨떨하다. 그래도 이제는 앱이 없어서 블랙베리를 못 쓴다는 슬픈 변명은 할 필요 없게 됐다. 이건 완전한 안드로이드폰이니까. 말 그대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모든 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 뱅킹은 물론이고 게임, 메신저… 이제 블랙베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세상의 앱들에게 왕따 당할 일은 없다.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를 만져놓은 솜씨는 처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무리하게 새로운 기능이나 UI 디자인을 넣으려고 무리하지 않았으며, 기본에 가깝게 구현해놨다. 블랙베리가 요즘 부진해서 그렇지 원래 소프트웨어 저력이 없는 회사가 아니다.

몇 가지 특징을 보자. 일단 알림센터를 카테고라이징 해놓았다. 수십개의 알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원하는 카테고리의 알림만 따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겠다. 홈키를 길게 누르면 3개 앱의 바로가기 실행이 가능한데, 기본 설정으로 블랙베리 허브가 들어가 있다. 허브는 블랙베리의 알림센터이자 단말기의 통합 관리를 지원하는 훌륭한 앱이다. 애석하게도 안드로이드와 만나 허브의 생산성이 절반 밖에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알림센터와 허브가 따로따로 존재하며, SMS 기능이 통합되지 않은 등 허점이 많다. 본래 블랙베리를 사용자라면 강한 섭섭함을 느낄지도…

블랙베리 프리브의 팝업 위젯은 아주 재밌는 기능이다. 홈화면의 아이콘을 가볍게 스와이프하면 미리보기 창이 뜨는 개념이다. 아이폰6s의 3D 터치를 이용한 픽앤팝과도 비슷하다고 하겠다. 슬쩍 간략한 내용만 엿보고 창을 닫을 수 있다.

양쪽의 듀얼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는 그럭저럭. 충전 게이지를 표시해줄 때 화면의 두 측면을 사용해 ‘V’ 형태로 막대 바가 꺾어지는 디자인은 기발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가장자리에서 당겨오듯 스와이프하면 메시지, 메일, 전화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이 나타난다. 아직까지는 활용할 수 있는 메뉴가 많지 않아 싱거웠다.

안드로이드라는 넓은 생태계가 블랙베리의 부족함을 커버해준다면, 블랙베리도 안드로이드의 단점을 커버한다. 보안의 취약함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 블랙베리 프리브는 보안 소프트웨어인 ’DTEK’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기기의 보안상태를 점검할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한 잠금 기능을 제안하며, 개별 앱이 어떤 권한을 갖는지 관리할 수 있다.

중간 이상의, 최고는 아닌

성능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겠다. 제법 괜찮은 스펙이지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기대하진 말자. 기준을 블랙베리에 둔다면 역대 가장 빠르고 뛰어난 제품일 것이다. 그러나 기준을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플래그십에 둔다면 실망할 여지가 낭낭하다. 여기서 잠시 성능을 체크하자면 스냅드래곤 808에 3GB RAM을 탑재했다. 매끄러운 스크롤링이나 키보드 조작을 봤을 때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보안으로 최적화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발열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다. 뭐랄까. 발열이라고 콕 집어 표현할 만큼 뜨거워지는 현상은 겪지 못 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미미한 열이 계속 느껴진다. 페이스북 앱 하나 다운로드 받았는데 후면 카메라 아랫부분이 미지근해졌다. 셀카 두어장 찍어보니 또 미지근해진다. 난 널 혹사시킨 적 없는데 왜 미지근해지는가. 억울하다.

[프리브로 촬영한 사진]

어떤 조작은 아주 빠른데, 어떤 조작은 조금 딜레이가 느껴진다.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다. 한 외신에서는 카메라에 대한 평가가 좋길래 꽤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18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는 가혹하다. OIS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나. 셔터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흔들림에도 취약하다. 여태까지의 블랙베리 카메라 중 가장 좋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경쟁자들을 보자. 갤럭시S6나 LG G4는 저조도 환경에서 훨씬 좋은 사진을 뽑아낸다. 길게 말해 무엇하리. 카메라 테스트하며 무심하게 찍어놓은 사진 세 장을 첨부한다. 노이즈나 디테일 뭉개짐이 아쉽다. 그래도 색표현은 정확한 편이다.

아, 전면 카메라도 얘기해야겠지. 2015년에 출시한 스마트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화질의 전면 카메라다. 나의 마지막 피처폰인 LG전자 롤리팝의 전면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근데 난 마음에 든다. 독보적인 화질 저하 덕에 셀카가 치명적으로 잘나오더라. 모공이나 주름 같은 건 가볍게 넘기고 이목구비만 살려서 어여쁘게 찍어준다. 고마워…

이건 키보드 달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제 기사를 마무리할 시간. 어쩐지 단점을 많이 읊은 것 같지만 이 제품을 향한 내 평가는 꽤 후하다. 누군가 사고 싶다면 일단 강력 추천. 나 역시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니까. 척박한 카메라 성능과 2% 부족한 최적화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 프리브는 섹시하다.

일단 완벽한 디자인과 안드로이드라는 드넓은 생태계, 손에 짝 붙는 쿼티 키보드를 가졌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더 이상 예쁜 쓰레기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 안드로이드의 뻔한 단말기에 질린 사람들은 벌써 블랙베리 프리브에 군침을 흘리고 있더라.

다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제 이 기계에서 블랙베리의 흔적을 좇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블랙베리 앱 월드도 없고, 블랙베리 10 브라우저도 없으며 기존에 블랙베리 OS에서 사용한 앱과는 모두 작별해야 한다. 이 아이는 블랙베리의 로고와 쿼티 키보드를 장착했을 뿐, 완벽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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