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투데이] 애슐리매디슨 해킹 사태, 미국 경제까지 파탄 시킨다?

입력 2015-08-28 15:29 수정 2015-08-2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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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 해킹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경기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등 미국의 언론들은 이런 논쟁을 흥미롭게 다루었다. 해킹으로 사이트 가입자들의 인적사항이 노출돼 결혼파탄 사태가 이어지면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과 같은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허리케인이 건물과 인프라를 파괴하듯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쌓은 인간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다. 이혼은 정신 뿐 아니라 금전적인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일에 집중을 못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주어 장기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이혼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고 별거로 딴 거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외식이나 신차 구입 여력이 없어지면서 경기에도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논리다. 이혼사태로 인한 경기둔화(Divorce Drag)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저스틴 울퍼(Justin Wolfer) 미시간대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의 반론은 상당히 계량적이다. 이번 해킹으로 인적사항이 노출된 3200만명 가운데 부정행위가 배우자에게 알려질 우려가 있는 미국인은 250만명 정도. 이 불륜 사이트가 캐나다에서 운영됐고, 가명 가입자의 비율이 높았던 점 등을 감안한 수치다. 또 배우자가 부정한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모두 이혼하지는 않을 것이고, 애당초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 이혼에 직면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혼 순증가는 80만쌍 정도. 이혼 결심과 법적 절차에 시간이 걸리므로 4년에 걸쳐 매년 20만쌍의 이혼 순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울퍼 교수는 추정했다.

미국의 부부 6500만 쌍 중 100만 쌍 정도가 매년 이혼을 하니 이번 사태로 인한 이혼 순증가예상치는 연 20% 수준인 셈이다. 이혼에 5000달러의 변호사 비용이 든다고 추정했을 때 추가 비용은 연 10억달러, 4년간 총 40억달러 규모. 2013년도 미국 법률시장의 부가가치총액 2250억 달러의 0.4%, 미국 GDP(국내총생산) 17조 달러의 0.006%에 불과하다. 그러니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비해 이혼사태가 경제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울퍼 교수의 시각이다. 이혼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친구나 가족에 얹혀살다가 새 짝을 맞아 주택을 새로 구하게 되는데 이번 사건으로 매년 10만 세대, 4년간 40만 세대의 추가 수요가 생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구입 비용을 세대당 20만달러로만 잡아도 연 200억달러의 주택 건설수요가 4년간 창출되는 셈이다. GDP의 0.12%에 달하는 규모다. 울퍼 교수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GDP 추가증가율이 0.1%에 못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결혼생활과 생산성의 상관관계도 높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혼한 남자가 미혼 남자에 비해 봉급을 조금 더 받는 현상(Marriage Earnings Premium)이 있긴 하지만, 결혼한 여성이 미혼 여성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받는 현상(Marriage Penalty)도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 수입에 플러스일 때도 있지만 마이너스일 때도 있다는 뜻이다.

또 사이좋은 부부는 사회와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을 때는 이혼한 경우보다 나을 게 없다는 지적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이번 불륜사이트 해킹 사건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일이고 당장 경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허리케인과 같은 천재지변과 비슷하게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거시경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좀 엉뚱한 이 논쟁이 최근 경기 급변으로 걱정이 많은 미국인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남진우 뉴욕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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