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작은 날갯짓, 큰 바람

입력 2015-08-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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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지난 7월 22일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다.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이 완료됐다. 인천은 물류와 정보통신, IT기술이 융합된 이른바 ‘스마트 물류’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자리였다. 출범식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은 IT나 통신기술이 아니라 ‘버섯’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대한항공이 협력해 국내 새송이버섯의 유럽 수출을 대폭 증가시킨 성공사례가 있다”고 농산물 항공 수출을 언급했다. 유럽에 수출되는 새송이버섯은 2012년 93톤에서 2014년 1048톤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딸기, 복숭아 등도 항공물류를 통해 수출이 크게 늘었다. 처음에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항공기가 국내로 들어올 때에는 화물량이 많지만 해외로 나갈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러한 항공물류 특성을 신선 농산물 수출과 연계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나비효과’라는 말처럼 작은 날갯짓이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신선 농산물 항공운송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 문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2년 대한항공과 국산 신선 딸기의 러시아 수출에 특별항공운임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항공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항공 물류비를 30%가량 절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한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중국 동방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과 항공물류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물류비용 외에 신선 농산물 수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신선도 유지와 품질 관리다. 운송과정에서 적정 온도와 수분이 유지되어야 하고, 최소 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도달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출 농산물은 주로 선박을 통해 해외로 운송된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국가는 선박을 통한 해운수송이 가능하지만 미국, 유럽 등 원거리 수출은 한계가 있다. 포장, 물류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수송기간이 길어지면 신선도 유지가 어렵다. 항공사들과의 업무협력은 단순히 비용경감 차원이 아니라 우리 신선 농산물 수출에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거리 수출이 가능해짐으로써 거대 수출시장이 확보된 것이다. 유럽행 새송이버섯, 미국행 넙치, 동남아행 신선 과일 등 다양한 신선식품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새송이버섯은 대통령이 직접 ‘성공사례’로 꼽을 정도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물류비 절감과 시장 확대라는 1차 목표는 성공을 거뒀다. 앞으로는 품질관리, 포장, 홍보, 마케팅 등에도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 실적은 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근거리에 있는 일본과 중국 수출이 40%를 차지한다. 원거리 국가로의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유럽이나 미주, 남미 등은 구매력이 높고 수출 수요가 많으나 높은 수송비와 신선도 유지, 품질관리 등의 문제로 제약이 많다. 농식품 수출에서 가공식품 수출도 중요하지만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신선 농산물 수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항공수출 확대는 직접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달 말 문을 여는 중국 칭다오 수출전진기지는 냉장·냉동 등 농식품 복합물류시설을 갖추고 있다. 중국 내륙도시를 향한 농식품 물류 유통망이 구축된 것이다. 대(對)중국 농식품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칭다오 수출전진기지를 거점으로 하늘길과 육로가 연계된 수출길이 열리는 것이다.

농산물 수출 확대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버섯과 딸기가 비행기를 타고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사람도 타기 힘들던 비행기를 이제 농수산물이 타고 있다. 과거 공산품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토대를 닦은 것처럼 농식품 수출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토네이도 같은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온다.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우리 농산물의 항공수출도 비행기처럼 높고 빠르게 전 세계를 누비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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