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영화 ‘귀향’,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라

입력 2015-07-0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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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귀향' 포스터)

사람들은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을 “꼭 개봉해야 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 지났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그동안 한일 양국 간의 국익이라는 정치 이기주의로 인해 철저히 외면됐다. 수요 집회도 미 의회의 결의안 채택도 모두 공허한 외침으로 남고 있다.

그래서 영화 ‘귀향’의 개봉이 더 필요하다. 제2연평해전의 아픔을 인식시키고, 애국심을 고취시킨 ‘연평해전’, 용산 참사 등 사회 소수자의 억울함을 신랄하게 짚어낸 ‘소수의견’처럼 영화가 가지는 사회적 파급력은 입증됐다. ‘귀향’이라는 영화가 그려낼 참혹했던 시대상은 그 자체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외침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런데 ‘귀향’의 개봉이 투자배급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나리오 제작에만 13년이 걸린 ‘귀향’이다. 국민 4만 여명이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배우 손숙 등 배우와 스태프는 무보수로 출연을 결정했다. 천신만고 끝에 오는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출처='귀향' 스틸)

영화 투자 유치를 위해 국내외로 뛰어다닌 조 감독에게 배급사들은 “흥행이 되겠나?”라며 난색을 표했다. 정치ㆍ외교적으로 민감한 소재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상업영화 속에서 개봉관 확보조차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보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5일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 할머니가 이날 오후 11시 20분께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단 48명뿐이다. 올해만 벌써 7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불확실한 상업적 이익을 위해 죽어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993년 나치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고발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태인 대학살을 공론화한 공을 인정받아 독일 로만헤르초크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명예인 십자훈장을 수여받았다. 누구도 ‘쉰들러 리스트’를 흥행 수치로 평가하지 않는다.

(출처='귀향' 스틸)

올바른 역사를 받아들이려는 일본의 진정성도 의심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5일 만장일치로 일본의 근대산업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강도 높은 조선인 강제 노역으로 ‘군함도’ ‘지옥도’라는 악명을 얻은 일본 나가사키의 하시마도 포함됐다. 외교부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과 입장을 관철시켰다”고 했지만 일본 기시다 외무상은 “조선인의 강제 노역을 인정한 것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꽃다운 나이의 어린 소녀들이 납치되어 위안소에서 일본군에 능욕당했다.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대상을 잃은 채 표류한지 수십 년이다. 정책이 해결하지 못한 민족의 숙제를 문화 콘텐츠가 해내려 한다. 우리의 제작자들이 각종 탄압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켜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恨)을 담아낼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판단할 권리는 관객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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