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한류스타 골프채 협찬의 자격

입력 2015-06-30 11:10 수정 2015-06-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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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민 기자)

말끔한 차림의 한 남자가 선글라스를 쓴 채 골프숍에 들어왔다. 잠시 매장을 둘러보더니 드라이버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는 점원에게 물었다. “이거 얼맙니까?” 점원이 답했다. “190만원입니다.” 답변을 기다렸다는 듯 남자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는 유명 한류스타였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골프숍에도 한류스타가 나타났다. 그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협찬 가능합니까?” 그러곤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협찬이 가능하다면 두 번 정도 시간을 내줄게요.”

골프채 협찬을 요구하는 두 한류스타의 전혀 다른 유형이다. 전자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법으로 협찬을 유도한 반면, 후자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언급하며 노골적인 협찬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협찬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요즘 골프용품 브랜드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류스타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린다. 한류스타가 부르는 노래도, 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 이야기도 아니다. 골프용품 협찬과 관련한 이야기다. 골프숍을 찾는 대부분의 연예인은 협찬이나 디스카운트를 요구한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연예인 할인가를 별도로 책정해 정해진 금액만큼 할인해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프 브랜드는 연예인에 대한 협찬이나 할인을 꺼려한다. 한 골프 브랜드는 연예인 협찬은 고사하고 할인마저 금지했다. 흥미로운 건 한류스타에 대한 골프 브랜드들의 마음이 갈수록 닫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참 묘한 일이다. 한류스타들의 인기를 감안하면 ‘앞다퉈 협찬 제안을 해야 옳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중국에선 유명 한류스타의 CF 출연료가 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는 회당 출연료가 1억원을 훌쩍 넘길 정도다. 이민호와 김수현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류스타의 인기는 이제 문화 콘텐츠를 넘어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그 파워가 막강해졌다.

그럼에도 한류스타들은 골프용품 브랜드와 교감하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다. 거기엔 절박한 마음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프로골퍼들의 후원사에 대한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골퍼는 대회장을 벗어나도 후원사 모자와 유니폼을 벗지 않는다. 인터뷰 때는 후원사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사진 촬영 때는 후원사 로고가 제대로 노출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선수도 있다. 플레이 중에는 선글라스로 인해 로고가 가려지지 않도록 살짝 올려 쓰거나 아예 거꾸로 돌려서 쓴다.

협찬은 업체와 선수의 보이지 않는 신뢰로 만들어진 산물이다. 결국 후원사와 프로골퍼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쌓여 신뢰로 거듭난다. 단순히 알려진 얼굴만으론 후원사와의 교감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한류스타는 이미 많은 기업과 크고 작은 협찬 관계에 있을 터다. 사실상 후원사에 대한 배려와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만약 골프채 협찬에 자격이 있다면 알려진 얼굴이나 실력보다 후원사에 대한 배려와 끊임 없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류스타의 품위 없는 협찬 요구로 인해 그간 공들여 쌓은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골프채 가격 190만원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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