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⑦] 기술엔지니어가 행복한 회사를 꿈꾸다

입력 2015-06-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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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암 엑셈 대표이사

나는 기술지원 엔지니어의 육성과 유지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에 절대적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기술자는 기본적으로 학습 욕망이 크고 전문가로서의 비전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런 기술자로서의 기본자세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올바른 기술자라고 할 수 없고, 기업에서도 필요한 인재가 되기 힘들다.

기술자는 지속적으로 학습 욕망을 자극 받아야 한다. 그래서 더 뛰어난 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들이 그 기업 속에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기술자와 기업이 윈윈 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결국 그들의 학습 욕망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의 제공이다.

나는 창업하고 5년이 지난 시점에 회사의 핵심 기술엔지니어들의 이탈을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영업조직을 셋업하면서 창업기의 개발과 기술이 혼재된 창업멤버 중심의 제품개발 및 지원조직을 분리하게 되었고,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기술지원-영업이라는 3대 조직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자 함이었다. 이것은 매출 확대를 위한 영업 우위의 전략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기술지원조직이 기술컨설팅적 성격보다는 단순한 툴지원이라는 역할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것은 전문가를 꿈꾸는 기술자의 기본적인 욕망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었고, 기술지원 엔지니어에게는 물질적 보상 외에는 특별히 기대할 것이 없는 환경을 만들고 말았다.

나는 경영자로서 이즈음에 내가 과거 기술엔지니어로서 어떻게 행복을 얻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게 되었고, 그것은 결국 회사의 모든 것을 지식화하는 전략으로 기술지원 엔지니어 중심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는 내가 어떻게 회사를 지식기업으로 변모시켰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일단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급여를 통해 생활을 유지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초기기업을 넘은 단계라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의 욕구는 충족할 정도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기본적으로 어렵다면 어차피 그 기업은 계속 초기기업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단 이 단계를 넘어선 기업들이 해야 하는 것은 매출의 근간이 되는 구조를 보다 공고히 하는 데 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구조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구조의 핵심요소를 골라내고 그것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핵심 조직은 세 가지다. 개발, 기술지원, 영업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그것의 용도를 고객에게 증명시키고, 결국 판매를 통해 회사를 먹여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초기기업은 기술 자체에 몰두한다. 시장에서 통용될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당연하다. 개발자 중심으로 움직인다. 매출을 통해 돈을 버는 한 사이클을 완료시키기 위한 노력은 기술지원조직과 영업조직의 필요성을 대두시키고, 그 조직을 내부화할 것인가, 외부화할 것인가의 선택에 직면한다. 내부화를 통해 직접지원과 직접판매를 하게 되면 서로 상이한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 성공이 회사 성장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 기술 자체를 떠나서 조직관리가 중요해지고, 협업의 효과적인 운영 등 신경 쓸 것들이 늘어난다. 이런 것들이 부담스러워서 외부화를 통해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는 개발중심 회사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기술지원조직과 영업조직을 내부화해서 개발, 지원, 판매의 3대조직을 모두 갖추면 상이한 조직관리와 협업관리의 성공이 결정적인 기업 성공 요소가 되는데, 이것을 관리해 나가면서 그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싹트게 된다.

회사는 성장에 따라 이 3대 조직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그것은 고정적이지 않다. 당연히 제품의 완성이 절대적인 초기기업 단계에서는 개발조직이 가장 중요하다. 매출이라는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영업조직의 역할이 당연히 클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보다 큰 성장을 도모하고 기업성장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원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진다.

기술지원조직은 개발조직에 고객의 니드를 전달하는 전령사이자 고객의 최전선에 배치된 영업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지원조직이 전령사와 전사로서 역할을 할 때 개발조직과 영업조직에 가장 큰 시너지를 주게 된다. 개발조직과 영업조직은 기술지원조직을 매개로 하지 않고는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기술지원조직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기술자로서의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회사는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성을 보장받기 힘들다.

제품지원이라는 역할에 한정하는 단기적인 시각을 가지면 기술지원조직은 나머지 조직에 시너지를 주기 힘들다. 스스로 자부심도 높지 않고 기슬자로서의 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도 약해지고 회사의 우연한 성장에 단기적으로 머무는, 로열티가 거의 없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제품지원조직을 회사의 중심에 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술의 지식화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그 회사의 제품이 근거로 하는 기술 분야가 있고 그 기술 분야는 나름의 지식체계를 가지고 있다. 회사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깊이 있게 파고 그것과 관련된 기술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에 꼭 필요하다. 기술지원조직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회사의 기술 분야에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기술자는 기본적으로 전문가로서의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이고, 그렇다면 지식 학습의 욕구가 큰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기술자 개개인의 그런 생각과 상관 없이라도 회사가 기술지원조직을 학습조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명분이며 회사와 기술자 서로가 윈윈 하는 좋은 전략이 된다.

지식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단 고객지원에서 얻은 기술적 경험들을 백서화하는 것이다. 소수의 유능한 기술자들에게 책을 쓰도록 권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술과 관련된 지식체계를 학습하는 내부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가 기술 엔지니어들의 지식콘텐츠의 생산에 큰 가치와 의미를 지속적으로 부여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회사에 큰 바람을 일으킨다. 제품 개선에 대한 수준 높은 요구들이 기술지원 엔지니어로부터 나오고 그들이 만든 지식콘텐츠들은 영업조직에게 중요한 영업도구들을 확대해 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방향은 제품의 수준 높은 패키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패키징의 완성뿐 아니라 질적 수준이 매우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이것은 해외사업을 통한 시장의 확대와 로컬시장에서 수준이 다른 플레이어로 보여짐으로써 로컬매출의 확대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근본인 사람의 육성과 유지에 이러한 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기술지원 엔지니어의 자부심과 로열티는 이렇듯 매우 중요하다. 초급 엔지니어가 입사해서 학습하는 시스템이 있고 레벨에 따라 롤모델이 존재하고 자신의 지식학습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나날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회사라면 그것은 엔지니어에게 행복을 주는 회사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행복한 회사가 될 수 있다. 거기에는 기술자의 행복이 있고 그들의 성장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나는 기술전문가가 되는 길을 택했고, 회사의 이름도 전문가제국(EXPERTS EMPIRE)이라는 의미로 영어 두 단어의 앞 두 글자를 합쳐서 엑셈(EXEM)으로 지었다. 전문가를 향해 가는 기술자는 혁신의 길을 가는 지식인이며 과학자며 예술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전문가가 육성되고 그 지식전문가가 또 다른 지식전문가를 만들어내고,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지식전문가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 그런 토양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나의 오래된 이상이다. 어떤 전략이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수익창출을 위한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올바른 지식전문가가 그 일을 올바르게 할 수 있고 지속성을 가지고 해낼 수 있다.

나는 경영자로서 아름다운 회사를 꿈꾼다. 그것은 지식학습을 통해 회사의 핵심 기술자들이 예술가의 경지로 나아갈 때 가능한 풍경이다. 나는 모든 것의 끝은 결코 없다고 생각한다, 끝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 허무하다. 오로지 과정 속에 시간과 에너지의 투자, 열정이 있을 뿐이다. 그저 우리는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나는 그것이 부를 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식학습을 통해 예술가의 길을 가면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창조를 사랑한다. 그것은 행복도 주고 돈도 준다.

나는 우리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사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돈 잘 버는 회사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기업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에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지식학습의 힘으로 반드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상상하니 즐겁다.

◇조종암 대표는

1965년 경북 안동 출생

1984년 강릉고등학교 졸업

1992년 서울대학교 졸업(정치학사)

1994년 포항공대 정보통신대학원 졸업(공학석사)

1994년 포항제철 정보시스템부 개발자

1995년 포스데이타 컨설팅 사업부

1996년 한국오라클 DB기술 자문팀

2001년 엑셈창업 및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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