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시장경제 망치는 ‘정치실패’

입력 2015-05-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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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그렇게 국가와 민족을 외쳤던 정치 지도자들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어 국민들은 씁쓸하다. 그러나 한 기업인의 자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기업인은 왜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려고 많은 자금을 사용할까. 기업인의 주된 목적은 이윤 창출이며, 정치인과의 관계 정립도 이윤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교과서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인은 이윤 창출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전념해야 한다. 기업은 주어진 법적 제도 하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본인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 및 법을 바꿀 수 있으면, 이윤 추구가 더 쉽다. 정상적인 사회는 법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지고 집행된다. 만약 법제도가 특정 이해집단의 로비에 의해 결정되면, 그 사회는 후진사회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 규모로 볼 때, 꽤나 선진국 수준이었으나 이번에 기업인 자살의 실상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기업인은 이윤 추구를 위해 생산성 향상을 노력하기보다 정치인들과의 관계 정립으로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경제학에선 이러한 기업인의 행위를 ‘rent seeking behavior’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지대추구행위’로 번역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한 언어이다. 오히려 ‘특권추구행위’라고 번역하는 게 낫다.

한국은 기업인 입장에선 ‘이윤추구’보다 ‘특권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투자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유경제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OECE 국가들 중에서 특권을 추구하는 수준이 전체 32개국 중에서 28위로 하위권이다. 국제적 비교를 통해서도, 한국에선 특권 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한 기업인의 자살은 국제비교 연구에서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는 경제 규모에 맞지 않게 학연 및 지연이 원칙보다 우선하는 사회다. 한국인치고 학연 및 지연으로 모임 몇 개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정이 넘치는 사회로 볼 수 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인정이 원칙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사회다.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기업이 이윤 추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업인에게 최고의 도덕을 요구할 수 없다. 법과 제도를 오랜 인간관계로 정치인을 움직여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이면, 이윤 추구보다 특권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자살한 기업인이 특별히 유별나기보다는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기업환경이다.

기업의 특권 추구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절차가 투명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정치인 몇 명이 모여서 단합회하는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다뤄선 안 된다. 모든 게 투명한 절차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 논리로 철저히 무장되어야 한다.

성숙된 시장경제란 법과 제도를 통해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여야 한다. 우린 원칙보다 학연 및 지연 등 인간관계가 우선하는 사회임이 증명되었다. 이런 사회로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린 법과 제도만 잘 만들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이해관계자와 거래하는 환경에선 제대로 원칙을 만들 수 없다. 결국은 정치권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이미 우리의 정치구조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만 남았지 국가 미래엔 관심이 없는 정치인들로서 이루어졌다. 이른바 ‘정치실패’ 현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제 혁신이 아니고, 정치 혁신이다. 기업인이 이윤 추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정치 혁신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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