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국세청 직원의 ‘성매매 노예각서’에 숨은 진실

입력 2015-05-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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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 사회팀장

올해 초 지방국세청 산하 A세무서에 근무하는 30대 박모 세무공무원이 성매매 업소 여성을 상대로 작성한 성노예 각서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각서에는 ‘2013년 7월 11일 금 일천만원을 000은 000에게 차용합니다. 매월 총 132만원(이자 포함)을 11일, 말일 각 70만원·62만원을 상환하겠음. 만약 위 약속을 지키지 못할 시에는 하루 동안 000 옆에 있으면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습니다. 위 상환 약정 기간 내에 000 외에 다른 사람에게 절대 돈을 빌리지 않을 것이며, 만약 빌릴 시에는 한 달 동안 000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 세무공무원 박씨는 ‘포주보다 악랄한 공무원’, ‘사채업자 뺨치는 세무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국세청 수장인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달 초 박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른바 성노예 각서는 박씨가 김모 여성과의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실제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박씨가 세무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김씨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각서를 쓰게 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에서 (성매매 관련)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세무공무원 박씨는 얻은 것(?) 보다 잃은 게 더 많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었고, 아들 하나만 보고 사는 어머니께 더는 자랑스런 아들의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단지 성매매 업소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고, 작성한 각서 한 장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면 박씨의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간 일명 ‘성매매 노예각서’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정기관에 따르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박씨는 수년 전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김씨를 알았고,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갔다.

실제로 박씨는 동료 직원들에게 김씨를 애인이라고 소개시켰고, 머지않아 결혼도 할 거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박씨는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빌려줬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 업소 일을 그만두길 수차례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김씨가 성매매 업소를 그만두지 않자, 박씨는 최후의 수단으로 각서를 작성했다. 언젠가는 그녀가 일을 그만두고, 자신과 함께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채 그는 그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그럼에도 박씨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 때문일까. 박씨와 함께 동고동락해온 직장 동료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씨의 성실함과 인품,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왜곡된 채 한순간에 포주보다 악랄한 공무원, 사채업자 뺨치는 공무원으로 전락한 세무공무원 박씨.

만일, 누군가 그에게 돌을 던진다면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한 죄와 때 묻지 않은 순백의 사랑이 현실에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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