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왜 24인치-45kg 몸매 강권하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4-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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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타일 '더 바디쇼' 제작발표회에서 유승옥.(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얼굴은 기본이다. ‘S 라인’ ‘24인치’ ‘45kg’ ‘44사이즈’ ‘꿀벅지’ ‘힙 34’…끝이 없다. 매스미디어가 한동안 ‘얼짱’ 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예쁜 얼굴을 전면에 내세워 성형바람을 일으키더니 이제 몸매 현시에 열을 올린다. 허리, 허벅지, 힙, 가슴, 배 등 신체 각 부분의 이상형까지 제시한다. ‘엉짱(엉덩이 짱)’으로 불리는 모델 유승옥은 SBS ‘스타킹’ , 온 스타일의 ‘더 바디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비며 빈약한 엉덩이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소녀시대 식단’ ‘클라라식단’ ‘소유식단’ 등 몸매 좋은 스타의 식단까지 상세하게 소개하며 이들의 몸매를 강권한다. 허리짱, 가슴짱의 대표 연예인을 내세우며 여성의 몸짱화를 강요한다.

요즘 방송 등 미디어는 연예인으로 대변되는 이상적 육체와 몸매를 끊임없이 전시하고 상품화시켜 실질적 필요나 진정한 욕망이 아닌 사이비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충족시킬 수 없는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공부, 직장일, 가사, 출산, 육아 등을 해야 하는 일반 여성들은 연예인처럼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몸매를 가꿀 수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미디어는 연예인의 몸매를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몸매로 제시해 일반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핍과 불만을 갖게 한다.

가톨릭대 사회학과 이영자 교수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에서 “이상화된 몸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육체의 상대적인 불안전성과 취약성에 대한 콤플렉스와 자기 불만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자신의 몸을 비정상으로 보게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방송 등 미디어와 다이어트, 뷰티 업체들이 여성들에게 그들의 몸매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하고 몸매 지상주의, 몸매 차별주의를 유포시킨다. 미디어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몸매에 결함이 있다고 강요해 몸에 과도하게 집착시키는 신체변형장애 환자로 내몰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허리, 엉덩이, 허벅지, 가슴, 배 등 신체의 각 부분 별 불만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디어와 다이어트, 뷰티업체가 보다 많은 이윤을 챙기기 위해서다.

전국 중고생 7만354명을 조사했더니 79.8%가 정상체중이었다. 그런데 정상체중의 여학생의 36.1%가 본인이 살찐 상태라고 생각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을 심하게 드러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다.

물론 아름다운 몸매를 추구하는 것, 예쁜 몸을 가지려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인데도 ‘당신의 몸과 몸매는 부족함 자체’라고 강변하는 미디어에 현혹돼 자신의 몸을 적으로 삼는 몸만들기 전쟁에 가담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이영자 교수의 지적처럼 몸만들기 전쟁에 돌입하는 순간, 육체의 가치를 인격적 가치보다 우월한 것으로 취급하는 여성문화를 조장 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생산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또한, 여성들 간에 맹목적인 경쟁을 야기하는 소비문화가 조성되기도 한다. 저널리스트 캐럴라인 냅은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에서 50kg을 넘는 여성의 몸무게는 탐욕과 게으름의 등가물로 인식시키는 미디어와 사회에서 적지 않은 여성들은 허락된 욕망을 참고 허벅지를 찌르며 고행을 거듭하는 자기 처벌과도 같은 다이어트와 거식증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강조한다.

미디어가 상업적인 의도로 전시하는 이상적인 몸매에 현혹돼 상당수 여성이 자신들의 몸에 대한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프랑스에서 최근 눈길 끄는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패션업계가 ‘말라깽이 모델’을 고용할 수 없게 한 법안이다. 몸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패션모델들이 과도한 다이어트로 거식증을 앓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법안까지 등장했을까. 이제 미디어에서 현시하는 비현실적이고 비정상적인 스타의 몸매와 자신을 비교해 불만이나 결핍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그것은 당신을 이윤도구로 전락시키기 위한 미디어 전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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