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원자력에 부는‘여풍’

입력 2014-12-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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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전력산업은 특성상 오랫동안 금녀의 구역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원자력은 더욱 남성 중심적이었는데, 휴일이나 밤낮 없이 1년 365일 발전소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특성상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그런 우리 회사에 최근 공기업 최초로 여성위원회가 발족했다.

현재 우리 회사에는 900여 명의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전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숫자로, 최근 들어 여성의 신규 입사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그런 뜻에서 여성위원회를 발족하고 양성 평등과 모성 보호 강화, 여성 리더십 및 역량 강화,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책 수립에 도움을 받고자 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하기 위함이다.

한수원 여성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여성 직원들에게 회사의 리더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던 일이 떠오른다. 시대는 달라지고 있으며 수많은 여성 리더들이 사회의 당당한 주역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우리 회사의 여성 직원 모두가 역량과 능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이날 참석했던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가정보다 회사 일을 우선시하라는 것이었고, 둘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셋째는 무한 책임 의식으로 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당부는 여성과 근무할 때 남성들이 불편한 점으로 꼽았던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회사는 여성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남성 동료들에게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남성들은 여성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적하면서, 여성 특유의 어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차이가 커서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여성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가정 생활과 병행하려면 업무 몰입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애매한 답변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소통 능력은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 회사인 우리 회사에서 오히려 여성 직원들이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원전산업은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민과의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과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그들과 공감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사업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자면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과 유연한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책상 앞에서 머리를 짜내던 시대는 지났다. 현장을 찾아 얼굴을 맞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그 일을 수행하는 데 여성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또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도 전 세계 100여 개국의 4000여 원자력 분야 여성 전문가 모임인 ‘Women in Nuclear Global’의 회장은 한국 여성이고 우리 회사의 여성 직원이었다. 그만큼 원자력계에서 여성의 역할은 무한히 열려 있다. 수많은 여성 리더들이 국내 원자력계뿐 아니라 세계 원자력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기회의 무대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원자력뿐 아니다. 앞으로 미래 기업은 여성 직원들의 역량과 능력을 얼마나 잘 발휘시키느냐에 회사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 어느 기업이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바퀴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다른 바퀴가 제대로 굴러갈 때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성 평등과 가족친화 경영뿐 아니라 여성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가는 데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 우리나라는 여성 인구가 남성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수적인 면뿐 아니라, 여성은 미래 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주역이 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성공과 화합의 파트너로 인정할 때 우리가 미래 세대에 넘겨줄 사회는 그만큼 더 밝고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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