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야하다고 ‘삐’… 잔인하다고 ‘삐’… 그런데 어렵다고 ‘삐’?… 천불 나는 ‘청불’

입력 2014-10-1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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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마담 뺑덕’‘타짜’‘맨홀’부터 홍상수 ‘일대일’김기덕 ‘자유의 언덕’까지 올해 1~8월 개봉 218개중 107편이 ‘19禁’ 대중예술영화 가릴 것 없이 ‘관람의 벽’ 청소년 보호 vs 표현자유… 끝없는 논란

사복 입은 3~4명의 중고생들이 극장에서 교사의 손에 붙들려 나온다. 고개를 숙인 채 교사의 일장 훈시를 듣는다. 볼 수 없는 야한(?) 영화를 보려다 교사에게 걸린 것이다. 1970~1980년대 시대를 담은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시대가 흘러 단속의 모습은 변했지만 극장에는 청소년들이 볼수 없는 관람불가 영화가 있다. 요즘 관객과 만나고 있는 ‘마담 뺑덕’‘타짜-신의 손’‘맨홀’상영관에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볼수 없다. 영화 안내판에 청소년 관람불가로 명기됐기 때문이다.

칸,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영화제에서 단골로 후보에 오르며 각종 상을 수상하는 김기덕,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일대일’과 ‘자유의 언덕’ 이 올 베니스 영화제에 소개돼 관심을 모았지만 우리 청소년 관객을 볼 수 없었다. 청소년 관람불가(청불)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김기덕 감독의‘일대일’에 대해 폭력적인 부분은 자극적이며 거칠게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그 외 선정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 및 주제 부분에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고 ‘자유의 언덕’에 대해서는 “영상 표현에 있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주제의 이해도 측면을 고려할 때 청소년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영화”라며 청불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 극장가에는 ‘일대일’같은 청불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등급판정을 받은 영화 현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영등위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등급별 영화편수를 살펴보면 한국영화는 전체 관람가 32편, 12세 이상 27편, 15세 이상 44편 청소년 관람불가 107편, 제한상영가 8편으로 청불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외국영화의 경우 청불 영화 비중이 더욱 높다. 외국영화중 전체 관람가 101편, 12세 이상 96편, 15세 이상 218편, 청소년관람불가 320편, 제한상영가 14편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이처럼 봇물을 이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표현의 자유를 발판으로 새로운 소재와 주제 그리고 실험적인 영상으로 영화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영화 창작자들의 의지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등급제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도적인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보려는 영화 제작진의 마케팅도 청불영화 봇물에 한몫하고 있다.

영화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 특히 청소년 관객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매스미디어다. 이 때문에 영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1900년대부터 영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영화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청소년, 학부모, 종교단체에서 제기됐다. 우리의 경우 일제 강점기‘흥행 및 흥행장 취체규칙’(1922)과 ‘활동사진필름검열규칙’(1926) 등에서 알수 있 듯 사전검열제였다. 해방이후에도 검열 주체가 달라졌지만 영화 검열제는 1990년대까지 실시됐다. 1970년대 영화의 검열을 통과한 영화에 대해 연소자 관람가, 국민학생 관람가, 연소자 관람불가 3등급 판정을 했으며 1980년대에는 연소자 관람가, 중학생 이상 관람가,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4등급으로 영화를 분류했다. 1996년 사전심의제가 위헌판결을 받은 뒤 검열이 사라지고 1997년 상영등급제가 도입된 이후 몇차례 수정을 거쳐 오늘의 등급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영화 등급판정은 어떻게 내릴까. 영등위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기준에 따라 등급심의 신청한 영화에 대해▲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 제한상영가 등 5등급으로 판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불영화가 홍수를 이루면서 청불 등급 판정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부터 등급제가 관객의 볼권리를 침해하거나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청불 등급 판정의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급판정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영화의 창작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영등위 한 관계자는 는 청불영화가 최근 증가한 것은 부가시장을 겨냥한 성인물 제작과 수입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청불 영화 등급판정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영화 제작진에게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맥스무비 2013년 영화예매 관객을 분석한 결과 10대 3.5%, 20대 24.2%, 30대 40.5%, 40대 24.9%, 50대 이상 6.9%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하면, 50대 이상의 비율이 7.9배 성장했고, 10대가 6.3배, 40대가 4.2배, 30대가 1.5배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10대관객이 크게 느는데다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는 10대 관객이 급증해 청불영화 등급은 흥행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청불영화중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는 사실에서도 청불 등급판정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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