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인가, 대기업 감사인가… 기업인들 '땀 뻘뻘'

입력 2013-10-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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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이 국회 국정감사장 증인석에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무려 200여명.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백화점식 증인채택이 불러온 진풍경이다.

국감 이틀째인 15일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허인철 이마트 사장, 박기홍 포스코 사장, 백남육 삼성전자 부사장,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 등 40여명의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나왔다.

이들 기업인은 각각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피감기관의 증인으로 참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다.

정무위원회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을 진행하면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대리점 불공정 거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공정위 업무에 대한 감사보다는 증인들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심문이 주로 진행돼 기업인들만 진땀을 빼야 했다. 노대래 위원장은 발언 기회도 거의 얻지 못한 채 여·야 의원과 기업인들의 공방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날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이 미국과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각종 의혹을 추궁하자 “국내 소비자를 더 우선하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에쿠스 차량의 경우 미국 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4000만원 비싼데 부품 보증기간은 절반 이하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는 아반떼 4세대 에어백을 장착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고급차에만 적용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이에 노 위원장은 “꼭 한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송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국감장에 참석한 피해점주들을 앞에서 대리점 쪼개기와 물량 밀어내기 의혹 등에 해명했다. 송 대표는 특히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에 대해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정무위원회 국감에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사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등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모습을 보였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입차협회 판매회의가 담합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신차 출시 일정을 조정하고 협회를 통해 판매 통계자료를 취합하기 위한 모임”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1인당 질문과 답변에 걸린 시간은 1분여 가량에 불과했다. 포드코리아 정재희 사장의 경우 아예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이날 산업위에서는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실질적인 변종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통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추궁했으나 허인철 이마트 대표가 “법인이 다른 만큼 제가 답변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허 대표를 퇴장시키고 즉석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증인석에 앉히기로 결정했다. 증인 채택에 걸린 시간은 불과 30여분 가량. 이로써 정 부회장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경제계는 이번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한 고위 관계자는 “피감기관에 대한 정책 감사보다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을 규명하는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국감에서 1분 남짓 발언하기 위해 기업인들이 3~5시간씩 대기하지 않았느냐. 대기업 감사 분위기로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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