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눈물]‘땜질식 처방’ 화 키웠다… 전문·특수성 감안 인력 충원 필수

입력 2013-05-30 10:31 수정 2013-05-3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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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많은데 초봉 140만~150만원… 복지사 인권.신변보호 법제화 절실

▲지난 3월3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사회복지사 추모제’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칼출근, 칼퇴근 하려고 공무원 시험 준비했는데 막상 해보니 녹록치 않네요. 요즘 같아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끼리 모이면 얼마나 더 목숨을 끊어야 바뀔까 하는 얘기를 합니다.” (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지난 2월 성남에서 자살한 공무원과 지난 3월 울산에서 자살한 공무원 모두 경력이 짧은 신규 인력이었다. 또 사회 경험을 하다가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었다.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라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사회경험을 하다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은 보통 생각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두고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좌절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업무 과다 등 근무 환경이 좋지 못한데다 처우도 나빴다. 울산에서 자살한 사회복지 공무원의 초봉은 이것저것 다 떼고 한 달에 140~15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인력충원을 하거나 힐링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현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추가 인력배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늘어난 숫자만큼 경쟁이 치열해져 승진 적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복지 공무원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극찬한 ‘동 복지허브화 사업’은 과중한 업무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신규 인력에 대해 인수인계 등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전달체계 전면 재검토해야”=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의 자살이 전국적 양상으로 번지는 현재의 상황에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에서 복지전달체계 개선 우수사례로 소개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서대문구 주민센터’다. 지난 4월1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서대문구청을 방문해 사업에 대해 경청하고 서대문구 복지정책의 전국 확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대문구가 지난해 시행한 ‘동 복지 허브화 사업’은 동 주민센터 기능을 단순행정에서 복지업무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사업 시행 후 복지업무 담당 공무원 수는 지난해 52명(전체 24%)에서 87명(42%)으로 늘어났다. 또 복지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자리상담사와 방문간호사 등 별도 복지 인력 26명을 추가적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 과도기적인 단계이며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 A씨는 “서대문구처럼 기본적으로 지자체의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과연 따라 줄 것인가가 문제”라면서 “형식적으로 ‘복지허브’를 만들어놓고 일은 동에서 다 처리하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회복지공무원 B씨 역시 “면밀히 들여다보면 모두 구청으로 이관된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업무 중 극히 일부만 넘어가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업무에 대한 교육을 따로 시켜야 하다 보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편하겠다’든지 ‘교육시키다 판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동 주민센터를 완벽하게 ‘복지허브화’하지 않는 이상 제도화되기까지는 ‘생색내기용’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을 통해 통합적인 사례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희망복지지원단의 계획 역시 현재 공공복지전달체계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뛰어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사회복지급여와 서비스의 대부분을 시군구와 읍면동 주민센터라는 일반행정기관에서 주민에게 전달하는 기존구조에서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며 인력충원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읍면동주민센터라는 일반행정기관에서 사회복지직을 늘린다고 해서 이들의 사회복지업무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간 지자체는 주민생활지원국으로 사회복지업무를 전담하는 시군구의 조직개편이 있은 뒤 읍면동이나 시군구 사회복지직을 늘려나갔던 과정에서 사회복지인력을 충원해주면 사회복지업무를 보고 있던 일반행정직을 빼내가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일반행정기관과 분리돼 사회복지인력이 복지서비스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독립된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11년 이후 복지담당 공무원 7000명 증원이 추진중이지만 출산휴가·육아휴직(10%)으로 업무 공백이 크고 결원 충원이 미흡한 지자체가 다수다”라면서 “일반행정직은 사회복지 업무 담당을 기피하고 잠깐 머물러 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각종 사회복지급여와 서비스를 통합, 조정, 연계할 수 있는 총체적이고 전문적인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갖춘 독립적인 사회복지서비스 거점기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복지사들 고유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는 방식의 인력충원 및 인사행정 개선안이 필요하다”면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폭력시 가중처벌은 물론 사회복지사의 신변보장을 법제화해야 하며 사회복지사들의 사회복지권을 법제화함으로써 국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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