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인사이드]대통령도…대권주자도…때론 가족이 '짐'으로

입력 2012-05-15 10:30 수정 2012-05-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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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인해 수난 겪은 정치인

여느 국민과 마찬가지다. 가족은 정치인들에게도 때로 짐스럽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가족 중심의 유교사상이 아직까지 뿌리 깊은 까닭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흠은 정치인의 흠으로 간주되는 만큼 ‘큰 꿈’을 지닌 정치인은 가족은 물론 친인척의 처신에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 때문에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거나 정치적 타격을 받는 경우도 적잖다.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가족으로 인해 수난(?)을 겪은 정치인들을 조명했다.

◇ 박근혜 총체적인 가족 문제 = 박근혜 위원장에겐 가족이란 굴레가 특히 강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겪은 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그림자 속에 있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즈’의 평가처럼 박 위원장에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존재가 “인기의 원천인 동시에 족쇄”인 셈이다.

특히 18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박 전 대통령을 고리로 박 위원장에게 쏟아지는 공세는 여야를 넘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을 비박(非朴)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향해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이들은 박 위원장에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후광’이 있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다. 김 지사가 지난 4일 “부모 잘 만나서 잘 나가는 세습 리더십”이라며 박 위원장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우회적으로 빗댄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 전 대표는 박정희 정권의 개발 독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한편 “박 위원장은 10월 유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미 지난 2004년 당시 당대표였던 박 위원장을 ‘독재자의 딸’이라 칭해 논란을 일으켰고, 임 전 실장도 박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이 되면 유신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공격당할 것”이라고 대선 출마 포기를 요구했다.

당내 대선 라이벌들과 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유신과 함께 정수장학회 문제에도 협공 중이다. 박정희 정권이 고(故)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강제로 빼앗아 정수장학회를 설립했으며 박 위원장이 지금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의혹이 있다면 들어가고 나서 더 큰 의혹이 될까 두렵다”고 했고,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정수장학회를 ‘장물’로 칭하며 “정수장학회 문제를 털고 가라”고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자매인 근령씨와도 사이가 썩 좋지 않다. 근령씨는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아닌 자유선진당을 택해 출마를 선언했고, 2008년 총선 ‘친박 학살’ 국면에선 새누리당 충북 선대위원장으로 나서 언니와 각을 세웠다.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씨까지 나서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한바탕 소송전도 벌였다.

박 위원장이 독신이라는 점도 때론 공격의 빌미다. 박 위원장을 흠집 내려는 이들은 자주 “애도 낳아보지 않았다”는 말을 입에 올리곤 한다.

◇ ‘아버지 곤혹’ 안철수, ‘아들 발목’ 이회창 = 박 위원장의 대항마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최근 아버지 때문에 살짝 곤혹을 치렀다.

안 교수는 그간 정치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대선 출마와 관련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야 없이 입장 표명 압박이 거셌다.

이러한 가운데 안 교수의 부친인 안영모 부산 범천의원 원장이 지난 달 30일 한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이번 대선은 박근혜-안철수 구도가 될 것”이라면서 안 교수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안 원장은 “내가 큰아이(안 교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경선에는 나가지 않을 것” “아직 큰 아이가 (대선 출마하겠다는) 발표를 안 해서 그렇지 발표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안 원장은 49년 간 운영해온 병원을 닫았다. 이에 안 교수 측으로부터 ‘언론과 접촉하지 마시라’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안 교수의 아버지가 대신 대선 출마 선언을 해준 셈’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메시지 정치를 해 온 안 교수에게 아버지의 단정적 발언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잇따랐다. 아버지의 ‘자식출세 열망’이 안 교수의 행보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대선에서 4수에 나설지 주목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혀 용꿈이 좌절됐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서 현재의 박 위원장을 뛰어넘는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병풍(兵風)’에 시달리다 낙선했다.

◇ 역대 대통령도 ‘가족’ 굴레로 수난 = 역대 대통령들에게도 가족의 굴레는 버거웠다. 취임 때마다 올바른 처신을 요구했지만, 가족은 자주 대통령을 국민 앞에 고개 숙이게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내인 권양숙 여사 등의 비리 연루 혐의로 인한 ‘포괄적 뇌물 수수죄’로 수사를 받던 중 자살로 생을 마쳤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장인의 좌익 경력이 문제됐을 땐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내를 버리란 말인가”라며 정면 돌파했다. 하지만 퇴임 후 권 여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았고, 노 전 대통령 부부는 잇달아 검찰에 소환됐다. 특히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짜리 명품 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품수수 의혹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비판이 빗발쳤다.

노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과 관련해 남 사장을 공개 비난하고 형을 감싸다가 남 사장의 자살을 자초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들의 비리 혐의로 임기 말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남 홍일씨가 벤처기업인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고, 차남 홍업씨는 이권청탁 등의 대가로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삼남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가담해 각각 검찰에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마지막 해에 차남 현철씨가 권력형 금융 부정 및 특혜대출 비리사건인 한보그룹 사태에 연루돼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떨까. 역시나 지난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는 중이다. 이 대통령은 친형 이상득 의원 등 친인척 비리 의혹이 쏟아지자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할 말이 없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면서 이미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얼마만큼의 수난(?)을 겪게될진 예고편만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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