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촘촘한 수로 위 집들이 둥둥 '중국의 베니스'

입력 2011-12-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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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자오·시탕

▲시탕
중국 동부 황해연안에 위치한 장쑤성(江蘇省)과 저장성(浙江省)은 고대부터 물길이 발달했다. 창장(長江)이라 부르는 양쯔강(揚子江)이 바다로 향하는 지리적 장점을 지닌 곳으로, 일찍부터 운하와 수로가 발달했다. 7세기경 베이징(北京)과 항저우(杭州)를 잇는 1794km의 경항(京杭)대운하가 건설되었다. 운하를 따라서 황해바다로 줄곧 항해하면 한국과 일본으로 연결되었고, 창장을 따라 대륙으로 거슬러 들어가면 고대 제국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에 이르렀다.

운하를 따라 대동맥처럼 이어진 대도시들은 일찍이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항저우, 쑤저우, 난징, 우시, 양저우가 대표적이다. 물길을 따라서 중국 내륙의 강남과 강북의 교역이 증가했고, 상인들은 중계무역과 물자운송으로 막대한 부를 축척할 수 있었다. 부는 또 도시마다 재투자되어 아름다운 정원문화를 발달시켰다. 대운하 건설에 막대한 재정 투자와 연인원 1억 5천만 명을 동원하였던 수나라는 멸망했고, 고속도로와 철도, 비행기 등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운하가 더 이상 큰 효용이 없는 지금. 강남의 정원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중국 관광산업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색창연한 옛 마을을 기대한다면 위에 언급한 대도시보다 ‘강남수향’이 한수 위다. 일찍이 운하를 중심으로 모세혈관처럼 크고 작은 수로가 발달했다.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수로들을 따라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이 섬처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듯한 독특한 풍경에 ‘중국의 베니스’라 불린다. 강남 6대 수향마을로 꼽히는 저우좡(周庄), 퉁리(同里), 시탕(西塘), 주자자오(朱家角), 우전(烏鎭), 난쉰(南?)이 대표적이다.

그중 한국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곳이 주자자오와 시탕. 주자자오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친숙하고, 시탕은 영화 <미션인파서블 3>의 한 배경으로 유명해졌다. 무엇보다 상하이와 근거리에 위치한 것이 큰 장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기 편리하다.

주자자오만의 독특한 개성은 ‘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수향마을보다 탁 트이고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난다는 게 매력이다. 이 독특한 정취를 제대로 느끼려면 무조건 배를 타야 한다.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지나는 다리가 운치 있다. 그중에서도 길이 70m가 넘는 아치형 다리 방생교가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북대가를 따라 거니는 것도 재미있다. 일선가(一線街)라고도 불리는 이 거리는 1km 정도로 짧지만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명·청 시대 건축물이 지금도 남아 있다. 폭 좁은 골목을 따라서 각종 먹거리를 파는 상점 구경도 흥미롭다. 예쁜 찻집에서 커피대신 중국차를 마셔보는 것도 주가각 여행의 묘미.

시탕은 당일치기로는 아쉬움이 많다. 1박은 필수요, 2박은 선택이다. 예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시탕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해 뜨는 아침 무렵, 여행객의 발길이 몰려드는 한낮, 인파가 빠져나가고 고즈넉해진 해질녘, 강가의 식당마다 홍등을 밝힌 저녁, 수로에 반사된 붉은 불빛, 표정을 달리한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녔다.

시탕은 배를 타는 것보다 구석구석 걸어 여행하는 게 재미있다. 가느다란 골목마다 높은 담벼락의 고택이 즐비하다. 비좁은 골목에 인력거가 지나다니고 자전거가 오가는 모습이 생기 있다. 1천 년의 역사를 지닌 시탕의 고택에는 대대손손의 삶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시탕은 더욱 멋스럽게 변신한다. 대리고성, 리장고성, 봉황고성도 부럽지 않다. 수로변 환하게 홍등을 밝힌 식당에서 토속음식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가볍게 반주를 곁들이자니 신선도 부럽지 않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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