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맥...보혁...뿌리깊은 고질적 갈등

입력 2010-10-05 13:16 수정 2010-10-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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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갈등, 전환의 길목에 서다 上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넷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나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이 사회갈등으로 인해 치르는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0.71로 OECD 평균(0.44)을 웃돌고 있고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갈등지수가 높은 나라는 터키(1.20), 폴란드(0.76), 슬로바키아(0.72)에 불과하다.

사회갈등지수 산출은 소득불균형 정도, 민주주의 성숙도,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지표로 사용되며 불균형이 높을수록 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효과성이 낮을수록 갈등지수가 높아진다.

민주주의 성숙도 부문에서는 행정권이 다른 헌법기관보다 강하고 정당 체계가 불안정하며 반대집단에 대한 관용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타협의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법질서를 존중하는 의식도 부족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27%를 사회갈등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갈등지수가 OECD 평균(0.44)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1인당 GDP(2002∼2005년 평균 기준)는 1만8602달러에서 2만3625달러로 5023달러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사회갈등이 심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을까? 우리나라의 갈등구조를 보면 개발주도형 국가체제 아래에서 억압 및 잠재된 채 진행돼 왔다고 볼 수 있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인권의 존중과 자유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억압당해 왔으며 또 사회적 평등에 대한 기대도 무시돼 왔기 때문에 국가의 강제력에 의한 억압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의 좌절감으로 연결되면서 축적돼 왔다.

그러다가 1987년 6.29 선언에 의해 억압 구조의 분출구가 형성되고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형식적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다.

이러한 양상은 문민정부와 국민정부, 참여정부까지 실질적인 민주화과정에 대한 기대로 인해 사회 각 층에서 표출되기 시작했으며 갈등의 강도를 더해가게 됐다.

한국 사회가 겪는 대표적인 갈등은 정치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을 비롯해 교육, 여성, 농촌 등 거의 전 영역에서 심각할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실업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극히 일부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청년들은 고소득을 누리고 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88만원 세대’는 현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88만원 세대란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에서 나온 것으로 2.1연구소 우석훈 소장이 쓴 ‘88만원세대’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됐다.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 어느 정도로 심각할까? 20년 전 봉급 생활자의 최저소득과 최고소득 간의 격차는 대략 5배였으나 지금은 15배 이상이나 된다. 20년 전 서민형 주택과 고급 주택간의 가격차이가 20배 정도였지만 지금은 100배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위 20%계층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서 하위 20%는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고 계층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중산층이 몰락해 가는 양상이 점차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6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무총리실의 용역을 받아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개량화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대규모 불법 집회․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무려 12조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806조원의 1.5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학맥 등 각종 인맥을 중심으로 한 패쇄된 사회구조 속에서 시민사회의 형성을 위한 기초적 조건은 부실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와 함께 권력에 의한 불평등 구조에 의해 한국사회의 만성적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권력중심의 정치적 갈등은 해방 후 지금까지 지속돼 왔기 때문에 조금도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해방 이후 좌우간의 치열한 대립, 그리고 각 파벌간의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한국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심각하게 이어져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만능주의가 급격히 도입됨으로써 단기간에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양극화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이러한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되면 국가의 장기적 성장 기반이 훼손되는 등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

또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다문화사회를 맞아 국내 체류 외국인, 이주여성들과의 인종적 갈등도 대두되고 있어 향후 양상에 따라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사회문제화 될 전망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갈등구조로 인한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낭비된다는데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경우 총 22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데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평균 20%의 공정률로 벌써 많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자칫 사업이 표류하거나 중단될 경우 매몰비용과 복구비용 등 그 피해는 예상하기조차 어렵다.

2003년 부안 핵방폐장 사례를 보면 2004년 2월 결국 주민투표로 방폐장 건립은 무산됐지만 구속자 40여명 등 300여명이 사법 처리됐고 중경상자가 500명이 넘었다. 또 정부의 홍보비용만 71억9400만원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빨리 고질적 갈등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이며 구조적인 사회적 대안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적대적 갈등 의제’들을 축소하여-찬성과 반대집단이 다 불만이 있지만-‘비(非)적대적 갈등 의제’로 만들어가는 데서 가능하다”며 “4대강 문제도 민주주의 원리에 의해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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