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 1년만에 또 ‘0원'…경기도 노인복지 51억 삭감 논란

입력 2026-11-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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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늘린지 5개월…상담사 69명 '실직 경고'에 9일 행감서 근거 추궁

▲경기도 시·군 노인상담사들이 노인상담센터 예산 복원과 상담사 고용 안정, 노인복지관 운영비 복원을 요구하며 내건 문구. 상담사들은 "작년엔 예산 복원, 올해는 또 다시 삭감!"이라며 69명의 일자리와 어르신의 상담받을 권리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노인복지관 예산 삭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경기도 시·군 노인상담사들이 노인상담센터 예산 복원과 상담사 고용 안정, 노인복지관 운영비 복원을 요구하며 내건 문구. 상담사들은 "작년엔 예산 복원, 올해는 또 다시 삭감!"이라며 69명의 일자리와 어르신의 상담받을 권리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노인복지관 예산 삭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작년엔 예산 복원, 올해는 또다시 삭감!" 경기도 시·군 노인상담사들이 내건 구호다.

1년 전 경기도가 "죄송하다"며 되살린 노인복지관·노인상담센터 운영비 도비 지원이 2027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다시 전액 빠졌다는 반발이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올해 기준 51억여원 규모다. 도 산하기관이 새노인상담센터 현판을 단 지 5개월 만에 상담사 69명은 '전원 실직'을 경고하고 나섰다. 도비가 끊기면 그 몫은 시·군이 떠안는다.

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꾸린 경기도노인복지관 예산삭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두 사업의 도비 지원 전면 복원을 요구했다.

비대위가 제시한 올해 도비 지원액은 노인복지관 운영비 39억4250만원, 노인상담센터 운영비 12억4170만3000원으로 모두 51억8420만3000원이다.

비대위는 2027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 지원이 전액 삭감됐고, 현장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정우 경기도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노인복지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내고 투자해야 할 공공의 가치"라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 삭감은 어르신들의 식사와 건강,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기도시군노인상담센터 노인상담사 일동도 성명을 내고 2027년 노인상담 사업 예산 약 12억4000만원 확보와 상담사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상담실 문을 닫는다고 어르신의 고통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라고 호소했다.

△ 도비 빠진 자리, 시·군이 메운다…이천은 '사업 유지'

두 사업은 도와 시·군이 운영비를 나눠 내는 구조다. 도비가 끊기면 시·군이 그만큼을 메우거나 사업을 줄여야 한다.

이천시는 노인복지관 운영사업과 노인상담센터 지원사업을 최우선 사업으로 정하고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천시의 올해 노인복지관 운영사업 예산은 36억500만원으로, 연간 1만2300명이 이용한다.

관내 노인복지관 2곳에 시설별로 도비 5700만원이 들어갔고, 노인상담센터 운영비 6100만원 가운데 30%도 도비였다.

이천시 관계자는 "지역사회 돌봄 공백이 없도록 향후 예산 편성과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빠지는 도비를 어떤 재원으로 메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고양시에서는 노인복지관 3곳과 노인상담센터 3곳이 도비 지원을 받고 있다.

△ 상담 12%가 '자살 관련'…80대가 40%

상담실 안의 숫자는 무겁다. 이천시 노인상담센터는 올해 1~9월 261명을 대상으로 631건을 상담했다. 80대 이용자 상담이 252건(40%)이었다. 상담 내용은 우울 등 심리·정서가 28%, 건강이 18%였고, 자살 관련이 12%를 차지했다.

상담사들은 배우자 사별과 가족 갈등, 우울감과 고립을 겪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지원을 연결해 왔다.

상담이 끊기면 쌓아온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의 위기를 제때 발견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센터 늘리고 기준 높인 뒤 ‘0원'…상담사 69명 '전원 실직' 경고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의 노인상담센터 안내판. 도내 31개 시·군 노인상담센터 69곳은 2027년도 도비 지원 중단 논란에 놓였다. (경기도 노인복지관 예산 삭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의 노인상담센터 안내판. 도내 31개 시·군 노인상담센터 69곳은 2027년도 도비 지원 중단 논란에 놓였다. (경기도 노인복지관 예산 삭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도내 노인상담센터는 5~6월 시흥·안양·파주에 3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31개 시·군 69곳이 됐다.

현판식은 도 산하 경기도사회서비스원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가 열었다. 센터당 상담사는 1명이다. 상당수 현장에서는 이 1명이 개인상담과 방문상담, 위기대응, 유관기관 연계, 행정업무를 함께 맡는다.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가 정한 상담사 1인당 최소 상담 기준은 올해 연간 60명, 330건으로 작년 50명, 220건보다 늘었다.

센터를 늘리고 기준을 높인 그해, 예산은 끊길 처지에 놓였다. 상담사들은 사업이 연말에 끝나고 별도의 고용 대책이 없으면 69명 모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어르신의 외로움과 아픔을 듣고, 위기를 발견하며, 필요한 도움을 연결해 온 상담사입니다.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부모이자 자녀입니다"라고 밝혔다.

요구는 구체적이다. 상담사들은 △노인상담사업 일몰 추진 중단과 2027년 예산 확보 △노인복지관 운영비 지원 복원 △고용 승계·전환 배치를 포함한 69명 고용유지 방안 △현장 상담사와의 직접 대화 △해마다 존폐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는 중장기 대책을 요구했다. 도의 재정난에는 공감하지만 상담 공백과 집단 실직에는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1년 전 "죄송하다"…같은 두 예산, 같은 논란

두 사업은 1년 전에도 같은 길을 걸었다. 경기도는 2025년 10월 31개 시·군에 2026년도 노인상담센터 도비 지원 중단 방침을 알렸고, 노인복지관 운영비도 삭감 대상에 올렸다.

반발이 커지자 고영인 당시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2025년 11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노인상담센터 지원비와 노인복지관 운영비 등 필수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그해 예산심사에서 노인복지관 운영비 39억3000만원과 시·군노인상담센터지원비 10억1000만원을 증액했다.

도가 사과하며 되살린 두 예산이 1년 만에 다시 존폐 논란에 섰다.

△ 도 "본예산 미확정"…9일 기조실장 증인석에

도는 2027년도 본예산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일몰사업의 복원이나 증액이 막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일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에서 필수 민생사업 예산 마련에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복지관과 노인상담센터 운영비가 그 필수 민생사업에 들어가는지, 2027년도 본예산에 얼마가 반영될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은 도의회로 넘어간다.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복지국 행정사무감사에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을 증인으로 세우고, 복지 현장 단체 대표 6명을 참고인으로 부른다.

삭감 대상과 규모의 판단 근거, 소관 실·국과의 협의 여부, 서비스 공백 대책을 따지고 감사 결과를 2027년도 본예산 심사에 반영한다.

김동규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안산1)은 "삭감을 결정한 사람이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는 것은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편,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하고, 도의회는 12월 16일 법정처리 시한까지 예산안을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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