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교부’서 수혜자 체감 ‘실집행’으로…정부, 재정집행 관리체계 전면개편

입력 2026-10-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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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 2027년 민간보조·R&D 50조 우선 도입…2030년 92%로 확대
지난해 상반기 민간보조 실집행률 46.3%⋯자금 체류ㆍ조달비용 줄인다

▲신속집행률 추이 (표=기획예산처)
▲신속집행률 추이 (표=기획예산처)

정부가 재정집행 관리체계를 자금 교부와 집행 속도 중심에서 최종 수혜자에게 실제로 자금이 전달되는 ‘실집행’ 중심으로 전환한다. 내년 민간보조사업과 연구개발(R&D) 출연금부터 관리체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집행관리 대상의 약 92%로 확대한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상반기 집행을 늘리던 관행도 개선해 재정지원의 적시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방침이다.

기획예산처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집행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26일 제3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관계부처 합동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을 검토해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마련했다.

이번 개편은 기존 집행관리 방식으로는 자금 교부 이후 실제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정부가 사업 수행기관에 자금을 교부하면 집행 실적으로 집계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이에 따라 자금이 교부되더라도 국민과 기업에 실제 지원금이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해 정책 효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25년 전 부처 민간보조사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교부액은 14조6000억원이었지만 실집행액은 6조7000억원에 그쳤다. 교부액 대비 실집행률은 46.3%였다. 자금 체류액은 7조8000억원으로, 교부된 자금의 절반 이상이 최종 집행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자금을 미리 교부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달비용도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조달비용은 2022년 668억원에서 2023년 424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4년 4865억원, 2025년 3567억원을 기록했다. 자금이 실제 사용되기 전에 교부되면 차입이자 등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묶이는 문제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2027년부터 집계가 가능한 민간보조사업과 R&D 출연금을 중심으로 실집행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2026년 예산 기준 민간보조사업 19조6000억원과 R&D 출연금 30조원이 우선 관리 대상이다. 자치단체 보조사업은 집행정보를 집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한 뒤 단계적으로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

관리 방식은 집행 부진 위험이 높은 사업을 집중 점검하는 방식과 전체 사업의 집행 상황을 상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정부는 매년 집행 부진 가능성이 큰 사업을 사전에 선정해 사업별 실집행 계획과 주요 일정, 개선조치 이행 여부를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다.

집행 지연 원인에 따른 맞춤형 대책도 마련한다. 계약ㆍ사업 준비 절차 미흡, 행정절차 지연, 수요 부진 등으로 유형을 나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 선정부터 최종 지급까지 어느 단계에서 지연이 발생하는지 점검한다. 그 밖의 사업도 누적 교부액과 실집행액을 월별로 살펴보고, 자금 체류가 장기화하거나 집행 지연이 반복되면 집중관리 대상으로 전환한다.

실집행 점검 결과는 각 부처의 자금 신청과 재정경제부의 자금 배정에도 반영한다. 각 부처는 실제 집행 실적에 따라 자금 신청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고, 기획예산처는 사업별 실집행 실적과 자금 체류 현황을 재정경제부와 공유한다. 이를 통해 실제 집행 일정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고 불필요한 조달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은 시스템 개선을 거쳐 관리 범위를 넓힌다. 행정안전부의 ‘e호조+’ㆍ‘보탬e’ 시스템 기능을 개선해 국가사업과 지방정부 사업을 연계하고, 국비와 지방비를 구분하는 등 실집행 정보 공유 기반을 마련한다. 차세대 e-나라도움 시스템 구축도 추진해 2030년까지 집행관리 대상의 약 92%를 실집행 관리체계에 포함할 계획이다.

R&D 출연금은 부처별 집행관리 시스템을 통합ㆍ고도화해 연구비 실집행 정보를 월별로 자동 집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간보조사업에 축적된 집행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 집행관리 컨설팅도 개발한다. 유사 사업의 집행 데이터를 분석해 자금계획의 정확도를 높이고 집행 지연 원인을 조기에 해소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반 예금토큰을 활용한 국고금 집행관리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상반기 신속집행 제도도 경기 흐름과 사업별 집행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는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상반기 집행 목표를 관행적으로 높이는 대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경기 전망과 부처별 집행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 추가 집행 가능성을 확인한 뒤 2분기 중 목표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급 시기를 조정하기 어렵거나 연중 균등하게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은 상반기 신속집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다. 아동수당 등 법정의무지출과 공공요금 등이 해당한다. 반면 국정과제와 민생안정, 경기대응 등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는 핵심 사업은 적극적인 상반기 집행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공고와 사업자 선정 등 준비 단계부터 착공ㆍ지급까지 전 과정을 점검한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실집행 부진 유형별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12월까지 2027년 실집행 집중관리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실집행 관리 기준을 반영한 예산 집행지침을 마련하고 신속집행 목표와 핵심 사업군의 집행계획을 발표한다. 내년 5월에는 경기 여건 등을 고려해 연중 집행 목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한다.

기획예산처는 재정이 최종 수혜자에게 필요한 시점에 전달되도록 집행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국민과 기업이 재정지원의 효과를 적기에 체감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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