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익 기반 확충에도 보험손익ㆍ순이익 감소는 과제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가 키운 것은 미래의 이익이다.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현재의 수익성이다. 취임 이후 보장성보험 영업을 강화하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늘렸지만, 보험·투자손익 악화로 순이익은 뒷걸음질쳤다. 농협생명 최초의 내부 부사장 출신 CEO로 발탁된 박 대표에게 올해 말 첫 임기 만료는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분기점이다. 미래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그가 실질적인 수익성 회복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연임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해 9월 말 누적 신계약 CSM은 약 85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인 1조원의 85%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신계약 CSM이 5021억원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뚜렷한 반등이다.
올해 상반기 신계약 CSM은 6019억원으로 전년 동기(3304억원)보다 82.2% 증가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신계약 CSM은 새롭게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으로, 보험사의 미래 수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전체 보유 CSM도 지난해 말 4조2745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7721억원으로 11.6% 늘었다. 신규 계약을 통한 미래 이익 확보와 함께 전체 수익 기반도 확대된 것이다.
농협생명은 이달 7일 신계약 CSM 1조원 추진 선포식을 열고 연내 목표 달성을 위한 영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2024년 8143억원에서 지난해 5021억원으로 감소했던 신계약 CSM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점은 박 대표의 주요 경영 성과로 꼽힌다.
박 대표가 농협생명 수장에 오른 배경에도 영업 경쟁력이 있었다.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상호금융소비자보호부장과 상호금융리스크관리부장, NH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이후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농협생명 출범 이후 현직 부사장에서 대표로 발탁된 첫 사례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건강보장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과 영업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암·뇌·심장질환 등을 보장하는 '건강플러스NH통합보험'을 출시했고 올해는 치매보험과 간병·요양보험으로 상품군을 확대했다.
판매 실적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신계약 138만1209건, 가입금액 18조7405억원으로 각각 업계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계약 101만5822건, 가입금액 11조8406억원으로 두 지표 모두 업계 1위에 올랐다.
영업 확대와 CSM 성장에도 실제 손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내실성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51억원으로 전년 동기(1547억원)보다 77.3% 급감했다. 보험손익도 2002억원에서 1163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보험손익 악화에는 계리감독 선진화 적용에 따른 손실계약비용 증가와 사업비 가정 변경 등이 영향을 미쳤다. 투자 부문도 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635억원이었던 투자손익은 올해 상반기 43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농협생명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보험금융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계약 CSM이 미래 수익 기반을 보여준다면 보험손익과 당기순이익은 현재의 이익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박 대표가 보장성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성과를 냈지만, 이를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 대표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2월 2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 인사 일정이 맞물려 있다.
박 대표에게 가장 큰 강점은 영업 실적과 미래 수익 기반 확대다. 특히 신계약 CSM 1조원 목표를 달성한다면 취임 이후 추진한 보장성보험 중심의 성장 전략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순이익 급감과 보험·투자손익 악화는 연임을 앞둔 부담 요인이다. 신계약 확대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남은 과제다.
농협금융은 연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계열사 대표 후보의 자격을 검증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연말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는 과거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