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안정, 원화 가치 정상화, 금융 안정이라는 세 가지 정책 과제가 모두 긴축 통화정책을 가리키고 있다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책 목표를 둘러싼 상충관계가 적은 만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균형을 동시에 제어하겠다는 구상이다.
13일 신 총재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6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대담에서 크리슈나 스리니바산(Krishna Srinivasan) IMF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만나 한국의 경제정책 여건에 대해 ""정책 결정에서 상충관계는 예외가 아닌 규칙이지만 현재 한국 상황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신 총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은 어렵지만, 토끼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면 정책 판단은 훨씬 쉬워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물가는 여전히 높은 데다 원화는 과거 대비 안정됐으나 추가 절상 여력이 있고, 금융안정 리스크도 선제적으로 억제해야 한다"면서 "물가와 환율, 금융안정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모두 통화 긴축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AI 슈퍼사이클의 긍정적 효과가 중동 분쟁의 부정적 파급력을 압도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3.3%)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비용 인상과 수요 견인 압력이 결합해 물가가 목표치(2%)를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어, 적시에 수렴할 때까지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은의 긴축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자산 불균형에 대해서는 사전 차단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금융불균형이 이미 커진 뒤 대응하는 것은 부풀어오른 풍선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위험하다"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은 상호 보완하는 만큼 모든 부담을 중앙은행에만 떠넘겨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와 통화당국 간 정책 공조 중요성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반도체 호황 속 K자형 양극화 해법으로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소득 하위 1분위 계층은 소득의 32%를 식료품과 에너지에 소비한다"며 "물가를 잡는 것이야말로 취약계층을 돕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복지 정책"이라고 말했다.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에 대해서는 재정 투입과 선별적 채무 조정을 주문했다. 최근 상승 중인 원화 가치에 대해선 "가계 구매력을 높이고 수출과 내수 간 균형을 맞춰 양극화 완화에 기여하므로 추가 절상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은이 올해 2월 도입한 'K-점도표'에 대해서는 "정책 언어는 자의적으로 뜯어보기 쉽지만 공개된 점(Dot)만큼 명확한 것은 없다"며 "중앙은행의 손발을 묶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적절한 정책 경로의 기울기를 제시하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총재는 최소 1년 이상 '포워드가이던스' 운용 경험을 축적한 뒤 제도에 대한 보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