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재 "재정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중요⋯거시경제 위해 목소리 낼 것"
'투자자 손실' 레버리지 ETF 사태엔 "사전 경고 못 해 송구" 공식 사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렀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중앙은행인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과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신 총재는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금융시장을 뒤흔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와 관련해 "미리 경고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팽창하는 재정과 긴축 통화정책 간 엇박자 이슈였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을 전년 대비 대폭 늘리며 경기 부양에 나서는 사이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올린 점을 꼬집었다. 한은의 금리 인상 와중에 정부의 재정 확대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정책 효과는 반감되고, 가계와 취약차주의 금융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신 총재를 향해 "최근 한은 행보는 정부 눈치보기 같아 유감스럽다"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신 총재와 친분이 깊은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전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예로 들며 한은 역시 정부 재정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프랑스의 재정 상태는 한국보다 더 취약하고 국민부담률도 높다"며 "양국의 재정 여건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신 총재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국내총생산(GDP) 추가 성장 효과는 0.5%p가 있다고 보고, 그에 따른 물가상승률 추가 상승은 0.06%p로 추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지출 형태와 집행 방향에 따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생산적 투자로 이어진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책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에 대한 한은의 거시건전성 경고 부실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 총재는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한은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대해 "파생상품의 급격한 팽창과 위험 요인을 사전에 충분히 경고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은이 올해 7월부터 전격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신 총재는 최근 연속 금리 인상에 대해 "선제적으로 움직여 향후 감당해야 할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벌었다"며 "이 같은 통화정책 대응으로 국고채 금리 역시 상당히 안정적이고 환율(원화 가치 상승)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나아가 "중동사태 등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놓고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의원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와 취약차주 지원 방안, 외환보유액, 스테이블코인 이슈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신 총재는 취약차주 문제와 관련해 "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는 통화정책적 대응보다는 재정·금융 차원의 선별적 채무조정 지원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관련 대책을 발표했고 한은 역시 정부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