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건 ‘속도를 충분히 줄였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예단이다. 하지만 법이 규정한 ‘일시정지’는 서행과는 명백히 다르다. 전방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이라면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정지선 직전 완전히 바퀴를 멈춰 세우는 게 원칙이다. 보행자 신호가 초록불이라도 건너는 사람이나 ‘건너려는 사람’이 없다면 멈춘 뒤 천천히 우회전할 수 있지만, 일단 멈추는 행위 자체를 생략하면 단속 대상이다. 현장 경찰관에게 적발되면 승용차 기준 6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무인 카메라나 블랙박스 등으로 적발되면 7만 원의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올 수 있다.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차량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기라도 하면 상황은 한층 중대해진다. 단순히 교통법규 위반으로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신호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형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고로 보행자가 다쳤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치사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별도의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라면 규칙은 조금 달라진다. 우회전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있을 경우 ‘일시정지 후 진행’이 아니라 ‘녹색화살표 신호를 받을 때까지 기다린 뒤 진행’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나면 처벌이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실제 2023년 경기 수원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시내버스 기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뒤차가 경적을 울린다고 해도 조급함을 느낄 필요 없다. 도로교통법 제49조(모든 운전자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운전자는 반복적이거나 연속적으로 경음기를 울리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런 행위를 지속·반복해 타인에게 위협·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면 같은 법 제46조의3(난폭운전 금지)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 발생’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직진·우회전 겸용차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북부지법은 직진우회전 차선에서 앞 차가 비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30초 넘게 경적을 울린 차주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