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50% 우선…전용타운 1만1000가구
민간임대 61%…중산층 선택지 확대
임대료·재정부담 관건…단기 효과는 제한적
전세의 월세화와 집값 상승으로 민간 임대와 자가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정부가 공공주택을 활용해 주거 사다리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공임대 입주 우선순위에서는 밀리지만 내 집을 마련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청년과 중산층의 주거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2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에 따르면 새로 도입되는 ‘보편형 공공임대’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주로 전용면적 55~85㎡, 도심에는 40~60㎡ 규모로 공급된다. 1인 청년 가구용 주택은 원칙적으로 30㎡ 이상을 적용한다.
주택 내부는 기존 2베이 중심에서 판상형 3·4베이 구조로 개선하고 마감재 수준을 높인다. 청년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맞춤형 설계와 특화 공유공간을 갖춘 청년전용타운 1만1000가구를 조성한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 면적과 품질을 개선해 공공임대가 좁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반 보편형 공공임대는 만 19~39세 청년에게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역별 수요에 따라 지방정부와 공공주택사업자가 협의하면 청년 비율을 최대 70%까지 높일 수 있다. 청년전용타운은 전량 청년에게 공급한다.
보편형 도입과 함께 기존 공공임대의 공간 활용도 개선한다. 통합공공임대 원룸형인 전용면적 31㎡에 발코니 확장형 평면을 적용해 실사용 면적을 약 5㎡ 넓힌다. 부천대장과 남양주왕숙 등 5개 지구에서 약 2000가구를 먼저 공급한 뒤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보편형의 주택 사양을 높인 것은 기존 공공임대가 중간계층의 선택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공공임대 정책은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계층 보호에 무게를 뒀고 공공분양과 정책금융은 무주택자의 자가 마련 지원에 집중됐다. 공공임대 입주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고 집을 사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가구는 두 정책 사이에 놓여 민간 전월세시장에 의존해야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4년 임차 가구 가운데 순수 민간임대에 거주하는 가구는 515만 가구로 전체의 61%를 차지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9월 14일까지 올해 들어 7.79% 올랐다. 전셋값 상승과 월세화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 가구의 주거 불안도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했던 공공임대의 기능을 넓혀 변화한 임대차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정부는 면적과 품질을 높인 공공임대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잦은 주거 이동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 자산을 형성할 시간을 확보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러 소득계층이 함께 거주하는 단지가 늘어나면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신축 공공임대는 역세권과 도심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중형 평형 비중을 늘리겠다”라며 “소형주택에도 확장형 평면을 도입해 공공임대의 품질은 높이고 주거비 부담은 낮추겠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 대상 확대가 기존 취약계층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교통과 생활 여건이 좋은 공공주택에 청년과 중산층 수요가 몰리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지에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전체 공공임대 물량의 64%를 취약계층에 공급해 기존 주거 안전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 면적과 마감재 수준을 높이고 역세권·도심 공급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관건이다. 임대료를 낮게 유지하면 공공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품질에 맞춰 올리면 주거비를 낮추겠다는 정책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장기민간임대 등 가용 수단을 폭넓게 활용해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보편형 공공임대의 적정 임대료와 재정 부담을 구체화하고 실제 공급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