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은 달라졌다"…PEF의 전량 매수와 상장폐지 잇따라 [의무공개매수 명과 암]③

입력 2026-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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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잔여 지분까지 공개매수해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다만, PEF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공개매수와 법으로 강제되는 의무공개매수는 성격이 다른 만큼, 제도 도입 과정에서 인수 부담을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주요 PEF 운용사들은 최근 경영권 인수 이후 잔여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거래를 잇달아 진행했다. VIG는 비올에서, 베인은 에코마케팅에서 각각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뒤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동일하거나 이에 준하는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PEF가 이처럼 공개매수까지 동원하는 배경에는 투자 이후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상장사로 남아 있으면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다양한 주주가 존재해 경영 전략이나 자본 배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반면 상장폐지를 통해 주주 구성을 소수로 압축하면 투자자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하기 수월해진다. 특히, PEF는 일정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상장 유지에 따른 주주 관리와 시장 대응보다 비상장 상태에서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전략을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자발적 거래와 법으로 의무화되는 공개매수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VIG와 베인처럼 애초부터 상장폐지를 염두에 두고 잔여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 거래와 달리, 모든 상장사 M&A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잔여 지분 매입을 강제하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대형 상장사 M&A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경영권 지분만 인수하는 거래라면 인수 대상 주식의 일부만큼 자금을 마련하면 되지만, 의무공개매수 비율이 높아질수록 거래 규모와 함께 추가로 필요한 자금도 커진다. 인수자가 수조원대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형 딜일수록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수천억원 단위로 늘어날 수 있어 인수금융 조달 가능 여부가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형 상장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 자체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잠재 인수자의 풀이 좁아질 수 있고, 인수자 역시 경영권 확보 이후 추가 자금 조달까지 감안해 거래 가격을 낮추려 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가 커지면서 대형 상장사 M&A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IB 업계 관계자는 “PEF가 자발적으로 잔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투자 이후 주주 구성을 정리하고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이를 모든 경영권 거래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인수자에게 상당한 자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거래 규모가 큰 상장사 M&A의 경우 필요한 자금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소액주주 보호와 함께 대형 거래 위축 가능성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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