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가치 키워 우신산업 합병·배당 창구 포석 관측…지분 공시는 ‘단순투자’ 약식 유지

아진그룹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아진전자부품(옛 대우전자부품)의 최대주주가 창업주 서중호 회장의 개인 회사인 우신산업에서 서 회장의 장남 서준수 씨가 지배하는 아진카인텍으로 변경됐다. 2022년 말 그룹 주력 상장사인 아진산업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이후 유상증자와 지속적인 장내 매수를 통해 4년여 만에 상장사의 1대 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을 향후 그룹의 최정점 지주사인 우신산업과 핵심 주력사인 아진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정교한 지렛대 구축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진전자부품의 최대주주는 7월 16일부로 기존 우신산업에서 아진카인텍으로 변경됐다. 아진카인텍의 지분 확대는 지난 4년간 단계적으로 전개됐다.
출발점은 2022년 12월 26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였다. 아진카인텍은 아진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아진전자부품 주식 463만5894주(지분율 9.73%)를 주당 1435원, 총 66억여원에 매입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부상했다. 이듬해인 2023년 7월에는 아진전자부품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1633원에 신주 122만4739주(약 20억원)를 배정받아 지분율을 11.89%로 높였다.
이후 장내 분할 매수가 본격화됐다. 2024년 3~4월에는 주당 1200~1300원대에서 75만1975주(약 10억원)를 사들여 지분율 13.41%를 확보했다. 올해 6월에는 주당 999원에 5만5000주를 추가 매수해 우신산업과의 격차를 약 10만 주로 좁혔다. 이어 7월에 장내에서 19만9438주(주당 1022원, 약 2억원)를 취득하면서 총 13.93%를 보유, 우신산업을 제치고 단독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아진카인텍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이후에도 매수세를 이어갔다. 7월 20일 4만383주, 7월 27일~8월 10일 64만9339주, 8월 11일 4만5580주를 추가 취득해 최종 지분율을 15.42%(760만2348주)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말부터 투입된 총자금은 약 106억4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아진그룹 승계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아진그룹의 핵심 자산과 영업 기반은 차체 부품을 담당하는 코스닥 상장사 아진산업에 집중돼 있고,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서중호 회장이 지분 99.99%를 보유한 비상장 지주회사 우신산업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연간 매출 1500억원 안팎의 전장 부품사인 아진전자부품을 지배하는 것만으로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서준수 씨가 지분 98.80%를 보유한 개인 회사 아진카인텍이 아진전자부품을 발판 삼아 상위 지배구조를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활용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아진카인텍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뒤 향후 우신산업과 합병하는 방안이다. 서 씨가 부친으로부터 우신산업 지분을 직접 증여·상속받을 경우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본인의 개인 회사인 아진카인텍의 가치를 끌어올려 우신산업과 합병할 때 유리한 합병비율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산 800억원대 중소 부품사인 아진카인텍이 코스피 상장사인 아진전자부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함으로써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석이다.
둘째는 결손금을 털어낸 아진전자부품을 승계 자금(배당) 조달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아진전자부품은 과거 적자로 누적 결손금이 2022년 말 118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 이후 지속적인 흑자를 통해 2026년 상반기 기준 별도 결손금을 59억원대까지 줄였다. 향후 결손금이 완전히 해소되고 배당이 재개될 경우, 지분 15.42%를 보유한 아진카인텍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금은 2세의 지분 승계 세금 재원이나 아진산업 지분 매입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향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나 지분 교환(스왑)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아진카인텍이 보유한 아진전자부품 지분을 활용해 우신산업이 보유한 아진산업 지분과 맞바꾸거나, 지주회사 체제 개편 시 현물출자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진카인텍이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아진전자부품의 실적 개선과 그룹 계열사의 지원도 뒷받침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진전자부품은 2010년 아진산업에 인수된 이후 전장부품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으며, 2024년 사명을 변경했다. 2022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2023년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되며 배터리 승온히터 및 PTC 히터를 직납하면서 흑자 전환(영업이익 20억원)에 성공했다. 이어 2024년 59억원, 2025년 6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완연한 실적 회복세를 나타냈다.
사업 및 재무적 측면에서도 그룹사의 지원이 이어졌다. 아진전자부품이 적자를 겪던 2022년 말 아진카인텍이 30억원의 단기 차입금을 지원했고, 2024년 초 설립된 아진전자부품의 미국 조지아 법인(AJIN ECC USA)은 현지에 기지를 둔 아진산업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북미 현대차·기아 공급망에 안착했다. 아진전자부품의 미국 법인 매출은 2024년 6억원에서 2025년 59억원으로 늘어났다. 기존 최대주주인 우신산업과 서 회장은 아진전자부품의 금융권 차입금에 대해 각각 150억원, 60억~80억원 수준의 지급보증을 제공하며 재무적 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전방 산업 성장세 둔화 우려 등으로 1000원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렀고, 아진카인텍은 이 저평가 구간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매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진카인텍이 상장사의 단독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5% 대량보유 공시를 ‘단순투자’ 목적의 약식 서식으로만 일관해 온 점은 시장 일각에서 의문으로 남는다.
자본시장법상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기재할 경우 일반 서식을 통해 자금 조성 내역과 구체적인 경영권 행사 계획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반면 ‘단순투자’ 목적의 약식 서식으로 신고하면 자금 출처 기재 의무가 면제된다.
아진카인텍은 2022년 최초 지분 취득부터 2026년 8월 현재까지 줄곧 특별관계자를 0명으로 적시하고, 경영권 영향 의사가 없다는 확인서를 첨부한 약식 보고서를 제출해 왔다. 정기보고서상에는 우신산업, 아진카인텍, 서 회장 등이 하나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집단(합산 지분율 38.6%)으로 명시돼 있으나, 5% 공시에서는 단독 주주 자격으로만 신고를 진행해 온 셈이다.
이에 지분 매입 배경과 추가 매입 여부, 약식 신고 이유 등을 문의하려 아진카인텍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담당자 부재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