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에 한때 속도 줄었지만 사고 없어…2030년 상업항로 시험대

1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12일 오전 5시께(한국시간)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입항했다. 8월 22일 부산에서 출항한 지 21일 만이다. 아크로호는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크로호는 8월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이달 9일까지 약 열흘간 북극해를 통과했다. 부산을 출발해 베링해협을 거쳐 북극 해역에 진입한 뒤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를 차례로 지났다. 북극해 운항 거리만 약 6400㎞에 달한다.
운항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에서는 해빙으로 항로가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들 해역은 북극항로에서도 해빙이 많아 상대적으로 운항 위험이 큰 구간으로 꼽힌다.
특히 북극해를 지나는 동안 별다른 사고가 없었고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도 받지 않았다. 쇄빙선 지원 없이 북극해 구간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기 상업운항 가능성을 가늠할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로테르담 도착이 15일께까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동시베리아해를 벗어난 뒤 속도를 회복하면서 지연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애초 로테르담 도착 예정일은 11일로, 실제 도착은 이보다 이틀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해빙이 줄고 있다는 점도 운항 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북극해를 운항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연구진은 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에 해빙이 넓게 분포했지만 두께는 비교적 얇았으며 척치해 북부 해빙도 대부분 1m 이하였던 것으로 분석했다. 2040년대에는 여름철 일반 상선도 쇄빙선의 도움 없이 북극항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 북극항로의 상업성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아크로호는 로테르담에 이어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다시 북극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 계절별 해빙 변화와 운항비용, 보험료, 러시아 해역 통과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등 상업화를 위해 따져봐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중국이 이미 북극항로 정기운항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 해운사 시레전드의 컨테이너선 두바이 타워호는 8월 19일 닝보항에서 출항해 북극항로 운항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크로호가 부산까지 왕복 운항을 마치면 이번 시범운항에서 확보한 항해 데이터와 경험을 분석하고 내년부터는 시범운항을 더 늘려 2030년 정기 상업항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