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밀어올린 경기선행지수…유가·금리 급등에 ‘고점론’ 고개

입력 2026-09-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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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선행지수 102.87로 주요국 1위…반도체 호황이 견인
상승폭 5개월째 축소…고유가·고금리에 경기 확장세 변수

▲경기선행지수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고유가와 금리인상이 맞물려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데이터처)
▲경기선행지수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고유가와 금리인상이 맞물려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데이터처)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주요국 1위까지 올라섰지만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수 상승폭이 5개월 연속 줄어든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시장금리까지 급등하면서다. 반도체가 이끄는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대외 여건 악화가 맞물릴 경우 경기 정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OECD에 따르면 8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102.87로 2021년 5월(102.88)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OECD가 지수를 공개한 17개국 가운데 1위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CLI는 제조업 업황 전망과 주가, 투자재 제조업 재고, 재고출하비율, 장단기 금리차, 교역조건 등 6개 지표로 구성된다.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기준선인 100을 웃돌면 향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장기 추세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CLI는 지난해 1월 99.14까지 떨어졌다가 2월부터 반등했다. 지난해 11월 100선을 넘어선 뒤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7개국 가운데 16위였지만 올해 2월 3위, 7월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8월에는 멕시코와 브라질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개월 연속 상승해 7월 104.2를 기록했다. 2000년 8월(104.6) 이후 2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선행지수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출 호조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경기선행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7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에서 최근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와 달리 국제유가 하락이 아닌 반도체 가격 강세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의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KDI 역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3.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배경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을 꼽았다. 수출은 올해 8.7%, 설비투자는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선행지수의 ‘높이’와 달리 상승 속도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한국 CLI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3월 0.43포인트(p)를 정점으로 4월 0.41p, 5월 0.37p, 6월 0.28p, 7월 0.15p에 이어 8월 0.06p까지 줄었다. 상승폭이 5개월 연속 축소됐다. 국가데이터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전월차도 6월 0.9p에서 7월 0.4p로 낮아졌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의 한계도 있다. 한은은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IT 등 특정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거시경제 파급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의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조장비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해외직접투자 확대 등도 내수 파급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KDI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실질총소득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득 증가가 반도체 관련 부문에 집중되면서 민간소비 개선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고용 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으로 높은 성장률이 고용 여건의 뚜렷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와 금리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중동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뛰었다. 국내에서도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특히 반도체 호황이 가져온 교역조건 개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보다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경우 교역조건이 악화하고 기업과 가계의 실질 구매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시장금리 상승도 경기에는 부담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투자와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 KDI는 8월 경제전망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이에 대응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도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한은도 8월 경제전망에서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올해 3.3%, 내년 2.9%의 높은 성장세를 예상하면서도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AI 투자 속도가 크게 조정되거나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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