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주기 60일→35일⋯직매입 유통사 자금·발주 부담에 ‘긴장’

입력 2026-09-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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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입 비중 높을수록 운전자금 부담 커질 가능성
업계 “업태·거래구조 다른 만큼 세부 보완 필요”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직매입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직매입 비중이 높은 유통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막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유통사의 현금흐름 악화가 발주량 축소와 거래 상품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사들은 납품대금 정산주기 단축을 골자로 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시행에 대비해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개정안은 직매입 납품대금 지급기한을 상품 수령일부터 기존 60일에서 35일로 줄이고,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 거래는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직매입 거래의 현금흐름 변화다. 직매입은 유통사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인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상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더라도 유통사가 부담을 떠안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직매입 업체는 상품을 먼저 사온 뒤 판매해 발생한 매출을 다시 납품대금 지급 등에 활용하는 사이클로 운영되는데, 지급기한이 35일로 줄어들면 상품이 충분히 팔리기도 전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업체일수록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산기간 단축이 발주 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짧아진 기간 안에 납품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유통사가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사들이기보다 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매입하거나 발주량을 줄일 유인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직매입은 유통사가 재고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대금 지급기간까지 짧아지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상품을 사들이려 할 수 있다”며 “결국 판매가 빠른 상품을 선호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거나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 상품은 선택받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대금을 기존보다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주 자체가 줄어들 경우 오히려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사가 대량 매입 대신 소량·수시 발주를 늘리면 제조업체의 생산·물류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대금을 빨리 지급한다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통사가 매입 규모를 줄이면 중소업체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한두 달 매출 변화에도 민감한 업체들은 제도 시행 이후 발주량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량 매입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통사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매입하면서 납품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있는데 발주 규모가 줄면 이 같은 ‘바잉 파워’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 물량이 줄면 기존처럼 낮은 가격에 상품을 들여오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당장 소비자 가격을 올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상품 가격이나 할인 여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직매입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직매입은 유통사가 상품을 완전히 사들이기 때문에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돌려받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다른 거래방식은 재고 부담이 납품업체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 관계자는 “직매입은 유통사가 재고 위험까지 부담하는 거래방식인데 여기에 자금 부담이 커지면 일부 업체가 다른 거래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다”며 “정산주기 단축이 납품업체에 반드시 유리한 결과로만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법 시행 이후 시장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외조항이 악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법 운영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추후 법을 다시 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 35일은 더불어민주당의 30일안과 국민의힘의 40일안 사이에서 절충된 기준이다. 주 위원장은 지급기한 단축으로 직매입이 줄어 납품업체의 판로나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런 우려를 최대한 상쇄할 수 있는 방식을 법 설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도 정책 방향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거래방식과 업태별 구조가 다른 만큼 시행 과정에서 실제 영향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통사의 자금 부담이 발주량이나 거래방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업태와 상품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다른 만큼 제도 시행 이후 시장 변화를 보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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