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암 연구 논문이 20년 사이 3.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협력 연구와 산·학 공동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피인용지수(FWCI)도 대폭 높아져 양적 성장과 질적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대한암학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암연구성과 분석 보고회를 개최하고 2005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국내 암 연구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 기관은 논문 약 340만건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계량서지학 지표를 활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간세포암, 전립선암, 담도암, 췌장암, 신장암, 방광암 등 10개 암종을 7개 연구 토픽, 15개 세부 키워드로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우용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국내 학계가 어떤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어딘지 중요한 기반이 됐다”라며 “암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에 연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절대적인 논문 수가 많이 증가한 점이 두드러지는 변화였다. 2005년 2160건에 불과했던 논문 수는 2024년 7925건으로 3.7배 늘었다. 비교 대상 13개국(미국, 중국,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일본, 독일, 영국, 대만, 프랑스, 인도, 싱가포르) 중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2024년 기준 유방암, 폐암, 대장암, 간세포암 순으로 논문이 많았다.
논문의 질적 영향력을 의미하는 FWCI 역시 같은 기간 1에서 1.65로 높아졌다. 1이 세계 평균이라면 한국은 세계 평균 대비 65% 상승했다는 의미다. 상위 10%의 고인용 논문(HCP) 비율도 7.4%에서 13%로 늘었다. FWCI가 가장 높은 암종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해외 연구진이 협력한 논문의 비율도 대폭 늘었다. 2005년 18.4%에 머물렀던 국제협력 논문은 2024년 31.6%로 나타났다. 국제협력 연구 논문의 FWCI는 같은 기간 1.69에서 3.32로, 12위에서 4위로 향상됐다.
산업계와 학계의 공동 연구는 한국 연구진의 강점으로 떠올랐다. 산학협력 논문의 비율은 2005년 6%에서 2024년 20.6%로 상승해 비교 대상 13개국 중 1위에 올랐다. 논문의 수 역시 129건에서 1634건으로 증가했다.
김태용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논문 수와 질적 영향력이 함께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라면서도 “전체 FWCI는 10위, HCP는 9위에 머물러 선도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국가 임상연구와 국제컨소시엄 등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학술적 성과가 진료와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는 연구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국립암센터가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과 센터의 암연구 현황도 소개했다.
암관리 종합계획은 암관리법에 근거해 5년마다 국가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립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제5차 암관리 종합계획이 수립된 상태다. 암 조기 발견으로 생존율을 향상하고,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와 AI를 접목한 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정부의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항암신약개발사업, 국가정밀의료사업단,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 등이 지속해서 추가됐다. 가장 최근에는 면역세포유전자치료제 전주기 기술개발 사업이 지난해 출범해 2029년까지 진행된다.
암 연구 방향성은 연구성과 중심에서 ‘건강성과’ 중심으로 전환했다.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기초연구로 시작해 논문과 특허를 축적하고 제품개발과 상업화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개발 단계다. 이에 비해 센터가 표방하는 ‘질환 중심 연구개발’은 미충족 연구수요를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 조기진단, 치료를 연구한다. 궁극적으론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국립암센터의 암 연구비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약 9000억원이 투입됐다. SCE급 논문은 총 1만1139건, 평균 피인용지수(IF)는 4.66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특허 출원 및 등록은 3552건으로 집계됐다. 기술이전 역시 98건을 기록해 총 기술료는 약 553억원에 달한다. 연구 성과에 따른 창업 사례는 8건으로 파악된다.
이건국 국립암센터 연구소장(암정복추진기획단 단장)은 “앞으로는 AI, 첨단바이오 기반의 암 연구를 확대하고 희귀·난치암과 초고령사회 대응 등 공익적인 목적의 전주기 암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암 연구는 정밀성, 환자 중심,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국가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며 글로벌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