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車공장의 변신⋯자동차 대신 요격 미사일 만든다

입력 2026-09-12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車구조조정ㆍ방산 호황 맞물려
80년 만에 뒤집힌 車산업 지도
군수서 車생산⋯다시 방산으로
유럽 재무장에 車공장도 변신

▲독일 니더작센주 폭스바겐 오스나브뤼크 공장 앞에 소형 SUV 티록을 베이스로 한 '티록 컨버터블'이 서 있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손잡고 이 곳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 부품 생산을 검토 중이다. 애초 티록 컨버터블 생산이 종료되는 2027년 매각 또는 폐쇄가 예고된 공장이다. (출처=폭스바겐그룹미디어)
▲독일 니더작센주 폭스바겐 오스나브뤼크 공장 앞에 소형 SUV 티록을 베이스로 한 '티록 컨버터블'이 서 있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손잡고 이 곳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 돔' 부품 생산을 검토 중이다. 애초 티록 컨버터블 생산이 종료되는 2027년 매각 또는 폐쇄가 예고된 공장이다. (출처=폭스바겐그룹미디어)

유럽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과 방위산업 호황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공장이 무기 생산기지로 변신하고 있다.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의 공세와 높은 인건비, 전기차 전환 부담 등도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때 2차대전이 끝난 뒤 군수업체가 자동차 산업으로 이동했다면 이제는 자동차 산업의 설비와 인력이 다시 방위산업으로 되돌아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ㆍ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이스라엘 투자회사 아우렐리우스와 니더작센주에 매각하기 위한 기본 조건에 합의했다. 아우렐리우스가 지배주주가 되고 니더작센주가 공동 투자자로 참여한다.

자동차를 생산해온 이 공장은 앞으로 방위산업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바뀐다. 첫 사업은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라파엘)와 협력이다. 독일과 유럽에 공급할 방공시스템 및 관련 부품을 오스나브뤼크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라파엘은 △아이언돔 △다비드 슬링 등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체계 개발 업체다. 구체적으로 이 공장에서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의 부품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다른 방산 프로젝트와 기업도 공장에 들어올 수 있다. 라파엘 측은 핵심 방산제품을 독일 현지에서 완전히 생산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오스나브뤼크는 과거 폭스바겐과 아우디, BMW, 포르쉐 등의 컨버터블과 쿠페를 생산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생산거점이다. 이곳에서 120년 넘게 자동차를 생산해온 폭스바겐이 결국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인 셈이다.

자동차 공장 변신의 배경에는 폭스바겐이 직면한 위기가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장기간 정체된 가운데 생산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 독일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AP통신도 최근 폭스바겐의 대규모 구조조정 배경 가운데 하나로 중국 시장의 경쟁 격화를 꼽았다.

▲2차 대전 당시 군용차 '타입 181(사진)'을 생산했던 폭스바겐은 전후 이를 민수용 등으로 전환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완성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전환 등에 밀려 다시 군수품 생산을 위해 공장을 내줄 처지가 됐다. (출처=폭스바겐그룹미디어)
▲2차 대전 당시 군용차 '타입 181(사진)'을 생산했던 폭스바겐은 전후 이를 민수용 등으로 전환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완성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전환 등에 밀려 다시 군수품 생산을 위해 공장을 내줄 처지가 됐다. (출처=폭스바겐그룹미디어)

문제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7년과 비교해 약 20~25% 감소했다. 연관된 일자리만 약 1400만 개에 달하는 만큼 자동차 산업의 쇠퇴가 유럽 전체 제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특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현지 생산까지 확대하면서 기존 자동차 공장과 부품업체가 받는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폭스바겐은 오스나브뤼크 외에도 다른 독일 공장 4곳의 대체 용도까지 검토하고 있다. WSJ는 “폭스바겐이 모델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최대 10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이들 공장의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유럽 방위산업은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크게 늘리면서 방공시스템과 탄약, 군용차량 등의 주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숙련된 제조인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자동차 공장은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대규모 조립라인과 정밀가공·용접·품질관리 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고 숙련된 기술자도 확보돼 있다. 자동차 생산에서 군용차량이나 방산 부품 생산으로 전환하면 새로운 공장을 처음부터 건설하는 것보다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용 문제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현재 오스나브뤼크 공장 직원은 약 1800명이다. 로이터는 방산 전환을 통해 이 가운데 약 1400명의 일자리를 보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노사협의회 측은 장기적으로 12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수요 감소로 사라질 수 있었던 제조업 일자리를 방위산업이 흡수하는 것이다.

앞서 유럽 제조업은 전시와 전후에 따라 생태계를 변화해 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항공기 엔진과 군용트럭ㆍ전차 등을 생산했다. 자동차와 바이크를 만들던 독일 BMW 역시 2차대전에는 항공기 엔진과 군용 바이크, 작전차 등을 생산했다. 폭스바겐도 퀘벨바겐 등을 비롯해 작전용 수륙양용차 개발에 집중했던 바 있다. 스웨덴 사브도 잘 알려진 전투기 생산 기업이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역전인 셈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선선해졌다고 모기 방심 금물…일본뇌염 환자 80%가 9~10월 발생 [그래픽]
  • 우정보다 묘한 우정…'포핸즈'가 되살린 라이벌 서사 [해시태그]
  • 7000선 다시 내준 코스피…외인·기관 4조 '매도 폭탄'에 6900선 후퇴
  • 아스트라 인기에⋯오픈AI, 최고가 요금제 신규 가입 중단
  • "최애야 나와라"⋯지갑 털어가는 '쿠지', 무슨 매력이길래 [솔드아웃]
  • 서울 집합건물 '2030 집주인' 36만명⋯1년 새 1.4만명 늘었다
  • 단독 오디세이·BTS 표 왜 없나 했더니…상위 1% 암표상, 680억어치 팔았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9.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5,245,000
    • -0.32%
    • 이더리움
    • 3,450,000
    • +2.62%
    • 비트코인 캐시
    • 313,700
    • +1.1%
    • 리플
    • 1,856
    • +0.11%
    • 솔라나
    • 139,900
    • +2.34%
    • 에이다
    • 280
    • -2.1%
    • 트론
    • 460
    • -0.86%
    • 스텔라루멘
    • 244
    • +0.4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350
    • +3.38%
    • 체인링크
    • 15,800
    • -0.25%
    • 샌드박스
    • 48.93
    • +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