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임대시장 줄었는데 대농 몫은 4배로…좁아지는 청년농 진입문

입력 2026-09-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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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보고서 발간
임차면적 11년 새 14만9000ha 감소…10ha 이상 농가 점유율 20년 새 6%→25%
고령농 은퇴·장기 임대 지원하고 청년농 농지 확보 기반 넓혀야

▲농지 (뉴시스)
▲농지 (뉴시스)

빌려 경작하는 농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대규모 농가의 점유율은 20년 새 4배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농사를 시작하거나 재배면적을 늘리려는 농업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농지를 사들일 자금이 부족해 임대에 의존해야 하는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은 땅을 구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고령농이 안심하고 은퇴해 땅을 빌려줄 수 있도록 소득을 뒷받침하고, 농지가 필요한 농업인에게 안정적으로 연결되도록 임대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8일 발표한 ‘농지임대차 시장 분석과 개선과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지임대차조사 기준 국내 농지 임차면적은 2013년 85만6000ha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4년 70만7000ha로 감소했다. 11년 사이 14만9000ha가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임차농지가 대규모 농가에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경영규모 10ha 이상 농가가 전체 임차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에서 2020년 2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임차면적의 지니계수도 0.54에서 0.66으로 상승해 농가 간 불균등한 분포가 심화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분포가 불균등하다는 의미다.

▲임차농지 비율 추이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차농지 비율 추이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지를 빌리는 수요와 빌려주는 공급은 농가의 소득과 연령, 부채 수준에 따라 달랐다. 농업소득, 특히 쌀 소득이 높고 경영주가 50대 이하인 농가에서 임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컸으며, 부채가 많은 농가 역시 농지를 직접 사들이기보다 빌려서 영농규모를 확대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농지를 빌려주는 쪽은 농외소득과 자산이 많고 농업소득이 낮은 고령농과 은퇴 준비농이 중심이었다. 다만 부채가 3억원 이상인 농가는 상환 부담 때문에 농사를 계속하면서 임대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제적 여건 외에 농지를 빌리려는 의향에는 지역 내 관계와 계약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역 내 신뢰관계와 계약 안정성에 대한 인식은 경제적 수익성에 대한 인식보다 임차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임대 물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거래 구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농가의 경제적 여건과 거래 관계뿐 아니라 직불금 등 정책적 요인도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2020년 소농 직불금 도입 등에 따른 소규모 농가의 자경 확대를 임대차 시장 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땅을 빌려주기보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직불금을 받으려는 유인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인이 형식적 자경이나 위탁영농으로 이어질 경우다. 직불금 수령을 목적으로 이런 영농 형태가 늘어나면 시장에 공급되는 농지가 줄어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은 물론 규모 확대를 원하는 전업농도 필요한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공급 위축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고령농의 안정적인 은퇴와 장기 임대를 함께 지원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정 연령 이상 고령농이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장기 임대할 경우 직불금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농지연금 가입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을 높이는 방안이다. 농사를 그만둬도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농지가 필요한 농업인에게 공급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소득 지원과 함께 땅을 장기간 빌려주는 데 따른 불안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임대인에게 원상복구 보증 등을 제공하고, 농지은행의 역할을 단순 중개에서 분쟁 중재와 법률 자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대인의 자산 보호와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농을 함께 뒷받침해야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안심하고 농지를 빌려주고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채광석 KREI 연구위원은 “농지임대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지보다 실제 농업에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농과 신규 농업인이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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