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계약 끊긴 임차농, 농지은행 ‘1순위’로…청년농 임대료 80% 감면

입력 2026-07-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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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과정서 농지 잃으면 2027년 말까지 대체농지 최우선 배정
경영회생 환매요율 3→2%…매도 아닌 환매 시점에 유리한 요율 선택
전략작물 한 작기만 임차…친환경인증 농지는 농가에 자동 알림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6월, 흐린 날씨 속에 구불구불한 길과 구획된 들판이 어우러진 농촌 지역의 전형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6월, 흐린 날씨 속에 구불구불한 길과 구획된 들판이 어우러진 농촌 지역의 전형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지주가 구두 임대차를 일방적으로 끊어 경작지를 잃은 농민이 농지은행의 대체 농지를 최우선으로 배정받는다. 기존 임대차를 농지은행 계약으로 전환할 때는 현재 경작자가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그대로 임차할 수 있다. 청년농은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선임대후매도 농지의 임대료를 80% 감면받고, 원금균등상환을 선택하면 첫 2년간 이자도 내지 않는다.

29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맞춤형농지지원사업과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농지임대수탁사업의 업무지침을 개정해 이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 구두계약 끊긴 임차농, 2027년 말까지 ‘1순위’

▲절기상 곡우(穀雨)인 4월 20일 경기 이천시 대월농협 공동육묘장에서 관계자들이 모판에서 자라는 볏모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절기상 곡우(穀雨)인 4월 20일 경기 이천시 대월농협 공동육묘장에서 관계자들이 모판에서 자라는 볏모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농지 전수조사로 비공식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부는 올해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15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도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투기 위험군 72만㏊는 다음 달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간다.

농촌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농지를 빌려 경작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농가경제조사를 토대로 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농가가 경작하는 농지 가운데 임차농지 비중은 47%에 달했다.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지주가 불법 임대차 적발과 처분명령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계약을 끊고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면서 실경작자가 농지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비공식 임대차를 농지은행 임대수탁계약으로 전환할 때 기존 경작 사실이 확인되면 임대인이 현재 임차인을 지정해 계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농지은행이 정한 청년농·후계농 등 우선순위에 따라 임차인을 선정해 기존 경작자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지주의 일방적인 계약 종료로 농지를 잃은 임차인에게는 다른 임차농지를 배정할 때 최우선 순위를 준다. 기존 경작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며 2027년 12월 31일까지 체결되는 계약에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최우선 순위가 곧바로 농지 배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보호 효과는 지역별 수탁농지 공급 물량에도 달렸다.

대체 농지를 공급하는 것과 함께 기존 임차권을 지키기 위한 절차도 보완했다. 농지법상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등기하거나 관할 시·구·읍·면의 장에게 확인을 받은 뒤 농지를 인도받아야 다음 날부터 새 소유자에게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대법원도 지난해 임차인이 이 같은 대항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새 소유자가 임대차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도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사는 계약서와 주요 내용 설명서에 대항력 확보 방법을 명시하고, 위탁자의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임대수탁계약이 종료되지 않도록 해지 기준을 정비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농지은행의 계약·배정 절차를 개선한 것으로, 지주에게 기존 구두계약 유지를 강제하는 법적 장치를 새로 만든 것은 아니다.

◇ 청년농 임대료 80% 감면…경영회생 환매요율 2%로 인하

▲게티이미지뱅크 주말농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말농장 (게티이미지뱅크)

임차농 보호와 함께 청년농의 농지 구입 문턱도 낮아진다. 선임대후매도사업은 공사가 청년농이 희망하는 농지를 사들인 뒤 최장 30년간 빌려주고 원리금 상환이 끝나면 소유권을 넘기는 사업이다. 올해 사업 예산은 770억원이다.

문제는 혜택의 공백이었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은 임대 기간 벼 이외 작물을 재배해야 하지만 그동안 유사사업에 적용되던 임대료 감면과 이자 면제는 받지 못했다. 앞으로는 벼 이외 작물을 재배하면 임대료의 80%를 감면하고, 원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농지 대금을 납부하면 최초 2년간 이자를 면제한다. 파이프 골조 비닐온실이 설치된 농지도 매입 대상에 포함해 시설농업을 준비하는 청년농의 선택 폭을 넓혔다.

부채 때문에 농지를 처분한 경영위기 농가는 환매 부담이 줄어든다.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농가가 농지를 공사에 팔아 부채를 갚고 해당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이어가다가 다시 사들이는 제도다.

기존에는 농지를 공사에 넘길 때 고정요율과 변동요율 가운데 하나를 미리 골라야 했다. 앞으로는 실제 환매계약을 체결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 유리한 요율을 선택할 수 있다. 고정요율도 연 3%에서 연 2%로 1%포인트 낮췄다. 새로 계약하는 농가뿐 아니라 현재 임대 중이고 아직 환매하지 않은 농가에도 시행일 이후 기간부터 적용된다.

농지를 빌리는 방식은 작목 특성에 맞게 유연해진다. 공공임대용 농지의 남은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이면 기존 임차인과 작기 단위 임차를 희망하는 농업인이 협의해 별도 협약을 맺을 수 있다. 밀·콩·조사료 등 전략작물직불금 대상 작물을 재배하려는 농업인이 필요한 한 작기 동안 농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친환경 농가에는 인증 농지를 따로 찾아볼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공사는 친환경인증 농지를 일반 농지와 구분해 공고하고 친환경 농업인에게 우선 배정한다. 인증 농지가 매물로 나오면 관련 협회에 자동으로 알리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기존 농지를 잃은 친환경 농가가 인증 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일반 농지를 빌릴 경우 인증을 다시 받기 위한 전환기간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정문 한국농어촌공사 농지관리이사는 “이번 제도개선으로 청년농업인과 경영위기 농가의 부담을 낮추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농지은행 이용 편의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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