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주택금융도 전환⋯“주택 취득 넘어 생애 위험 관리”

입력 2026-09-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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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공,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와 콘퍼런스⋯각국 전문가 참여
은퇴 전 부채 조정부터 노후 소득 보완까지⋯금융 역할 재설계
“청년층 수도권 집 마련 불가”⋯자가점유 확대 정책 한계 지적도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주금공)
▲김경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주금공)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대응해 주택금융의 역할을 ‘주택 취득 지원’에서 생애주기별 위험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은퇴 전 부채 조정부터 노후 소득 보완, 주택금융 유동화와 위험관리까지 금융의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 국제 주택금융 콘퍼런스’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계의 소득·부채·자산 여건에 맞춰 정책 주택금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콘퍼런스는 주금공과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JHF)가 공동 개최했다.

방송희 주금공 수석연구위원은 주택금융이 주택 매입이나 임차자금 등 개별 거래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생애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거·금융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 주거 독립, 자녀 양육기 주거비 부담, 은퇴 전 소득 감소와 부채 상환, 노년기 유동성 부족을 각각 다른 위험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은퇴 뒤에도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이어지는 구조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은퇴 이전부터 가구가 주택 규모와 부채 수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환 부담이 노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상품과 보증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보유주택을 노후소득으로 전환하는 주택연금 기능도 강화 과제로 꼽혔다. 다만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담보주택의 가치와 지역별 수요 격차, 장수 위험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가입 확대보다 상품의 지속 가능성과 위험 분담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진단이다.

조만 KDI-서강대 교수는 국내 주택금융의 미개척 영역으로 전세를 지목했다. 전세보증금 비중이 큰 국내 주거금융 구조를 수요·공급 양측에서 정식 주택담보대출 계약으로 전환하면, 복잡하고 비표준화된 전세 시장의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높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관리와 유동화 기능의 고도화도 과제로 제시됐다. 조 교수는 부도와 조기상환 위험을 측정·관리할 지표를 개발하고, 주금공이 이를 활용해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시장의 위험관리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핀테크 주택담보대출’ 도입도 제안했다. 대안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고, 신청부터 심사·자금조달까지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모기지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만 대안정보 기반 심사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신뢰성과 차주 보호, 심사모형의 건전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이번 논의는 인구감소 시대의 주택금융이 주택 공급이나 매입자금 지원을 넘어 가계의 부채 구조와 노후소득, 금융기관의 위험관리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김경환 주금공 사장은 “인구구조 변화 과정에서 특정 세대나 지역이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택금융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주택연금 활성화와 청년층 주거금융의 형평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주택연금 가입이 늘어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높아지고 노인빈곤율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가입률이 약 2%에 그치는 만큼 주택가격 상승을 연금액에 반영하고 상속 관련 상환기한을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서 청년층의 자가점유 확대를 일률적인 정책 목표로 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청년에게 내 집 마련이 자산 형성 기회가 되기보다 부모 지원이 없으면 과도한 빚을 져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세대 내 자산 불평등과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지 다테 일본주택금융지원기구(JHF) 부장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잔존가치설정형 주담대를 접목하는 일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주택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기존 모기지에 잔존가치설정형 주담대를 결합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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