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상폐, 남겨진 주주…퇴출 뒤 '최소 보호선'은 [상장폐지, 그 후⑥]

입력 2026-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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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9-08 18:2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상장폐지 기업은 8월까지 30곳으로 이미 지난해 한 해를 넘어섰고, 거래소가 퇴출 문턱을 높이면서 밀려나는 기업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회사는 시장에서 사라져도, 그 주식을 든 소액주주는 남는다. 주식을 팔 곳이 마땅치 않고 회사 정보마저 끊기면서 남겨진 주주의 재산과 알 권리는 방치된다. 본지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국거래소 시세, 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최근 5년여간 상장폐지된 115곳과 그곳에 남겨진 소액주주 210만 명의 처지를 짚어본다.

장외 거래지원도 감사요건에 막혀 배제
미국은 정보수준별로 장외시장 세분화
전문가 "거래기회와 정보제공 함께 넓혀야"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챗GPT AI 기반 편집 이미지)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식은 남지만 이를 처분하거나 회사 정보를 확인할 통로는 제한적이다. 정리매매와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등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거래는 미미하고, 상폐 이후 공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장외거래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기존 주주가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제공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에는 7거래일의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진다. 기존 주주에게 마지막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지만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크다. 정리매매가 끝나면 거래소를 통한 매매도 종료된다.

올해부터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비자발적 상장폐지 기업을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에서 최대 6개월간 거래할 수 있다. 거래소 퇴출 이후 기존 주주에게 추가적인 환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일반 K-OTC보다 진입 문턱은 낮다. 자본전액잠식이나 매출액 요건은 적용하지 않지만 최근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감사의견은 적정 또는 한정이어야 한다.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이나 감사의견 거절 기업은 대상에서 빠진다. 기존 주주의 매도 기회를 열어주면서도 재무정보를 신뢰하기 어려운 종목에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이다.

24만 명의 소액주주가 있는 금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양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현 상태로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 진입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K-OTC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장외주식 호가게시판(K-OTCBB)을 통한 장외거래는 가능하다. 다만 유동성은 낮다. K-OTCBB는 자동 체결시장이라기보다 투자자 간 매수·매도 의사를 게시한 뒤 상대방을 찾아 1대1로 거래조건을 맞추는 방식이어서 실제 체결이 제한적이다. 8월 기준 대상 종목은 9672개였지만 실제 거래 종목은 9개, 거래대금은 7334만원에 그쳤다.

미국은 장외시장을 정보공개 수준과 기업 요건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 운영한다. OTC Markets는 OTCQX·OTCQB·OTCID·Pink Limited 등을 운영한다. OTCID는 미국 회계기준(GAAP)이나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요구하지만 감사 자체는 필수로 두지 않는다. 대신 정기적인 재무정보 공개와 경영진 인증 등을 요구한다.

감사의견 적정·한정을 진입요건으로 두는 국내 K-OTC 상장폐지지정기업부와 달리 정보공개 수준에 따라 거래 단계를 세분화한 구조다. 미국 역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 접근과 호가를 제한한다. 감사 여부와 별개로 거래에 필요한 최소 정보는 요구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거래 기회와 함께 최소한의 정보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폐와 동시에 모든 공시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본지 분석에서는 상폐 후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공시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상장폐지가 됐다고 주주관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주주가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는 계속 제공될 필요가 있다"며 "상장사와 동일한 수준의 공시를 요구하기는 어렵더라도 재무상태나 주요 경영변동 정도는 정기적으로 알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기회만 열어주는 것이 곧 투자자 보호는 아니다"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제공을 전제로 거래기회를 넓히고 위법행위로 상장폐지를 초래한 경우에는 경영진 책임을 별도로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도 장외거래를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지만 거래 가능한 종목이 한정돼 있다는 제약이 있다"며 "장외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이 확장되고 관련 규제들이 좀 완화된다면 충분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①[단독] 상폐 115곳에 남은 주주 210만 명…3조7000억 묶였다
②주식 있어도 못 팔아…24만 금양 소액주주의 절규
③[단독] 상폐 3년, 3곳 중 1곳 '공시 단절'…남겨진 주주는 깜깜이
④상폐주식 '피난처' 6개월…하루 2227만원 거래, 끝나자 개인장외로
⑤[단독] 상폐 115곳 중 91곳 '피난처'서 배제…210만명 중 85%는 문 밖
⑥빨라진 상폐, 남겨진 주주…퇴출 뒤 '최소 보호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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