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 뒤에 숨은 ‘영구채 쳇바퀴’…풀무원, 실질 부채비율 700%대 딜레마

입력 2026-08-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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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 달간 신종자본증권·상환전환우선주 등 1200억 조달…연결 미상환 영구채 3300억
회사 측 “부채비율 관리 차원 영구채 활용…수익 개선 및 자본적 지출 통제로 차입 줄여갈 것”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풀무원이 올해 상반기 해외 법인 턴어라운드와 단체급식ㆍ외식 사업 호조에 힘입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이면에서는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차환에 쫓기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를 지속해서 발행해 표면 부채비율을 통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부채 성격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700%대를 웃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이 차입금 이자와 영구채 배당금으로 빠져나가면서 본업의 성과가 금융비용에 잠식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배회사인 풀무원은 8월 한 달 동안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801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12일 73회 300억원을 시작으로 27일 74회 300억원, 31일 75회 201억원을 잇달아 납입 완료했다. 여기에 13일 3자 배정 방식으로 단행한 약 4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유상증자까지 합산하면 단일 월에 조달한 자본성 자금만 1201억원에 달한다.

이번 대규모 조달의 핵심 배경은 과거 발행한 메자닌 증권의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대응 및 유동성 확보다. 풀무원은 2023년 9월 발행했던 71회 사모 영구 전환사채(CB, 600억원)의 3년 차 콜옵션 도래(2026년 9월)를 앞두고 73회 영구채와 자체 자금을 투입해 중도 상환을 결정했다. 71회 영구 CB는 표면이율 2.0%였으나 만기보장수익률(YTM)이 연복리 9.5%에 달해 기한 내 상환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금융 부담을 안기는 구조였다.

풀무원 관계자는 “7월 24일 만기가 도래한 72회 공모 영구채 700억원 상환 당시 보유 현금을 활용한 바 있다”며 “발행 순서의 차이는 있으나 7~8월에 걸쳐 총 1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상환했으며, 8월 조달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발행한 영구채의 발행 조건 역시 발행사(풀무원) 측에 우호적이지 않다. 74회 영구채는 30년 만기(2년 콜옵션)에 연 5.70%의 고정금리로 발행됐으며, 75회 영구채는 만기 50년(3년 콜옵션) 조건에 연 7.00%의 고정금리가 책정됐다. 특히 75회 영구채는 3년 경과 후 조기 상환하지 않을 경우 매년 직전 금리에 연 2.0%포인트(p)씩 금리가 가산되는 누적식 금리상향조정(Step-up) 조건이 붙었다. 사실상 2~3년 뒤 강제 상환을 전제로 한 고금리 단기 차입의 연장선인 셈이다.

풀무원 연결실체 내 미상환 영구채 잔액은 이번 8월 발행분을 포함해 33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회사인 풀무원이 발행한 영구채 잔액은 1201억원(70ㆍ73ㆍ74ㆍ75회)이며, 핵심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이 발행한 영구채 잔액은 2085억원(69ㆍ71ㆍ77ㆍ78ㆍ80ㆍ81회)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영구채는 만기 연장 권한이 발행사에 있다는 이유로 부채가 아닌 자본(기타불입자본 및 비지배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풀무원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표면 부채총계는 1조7191억원, 자본총계는 626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74.3%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콜옵션 미행사 시 살인적인 금리 인상 페널티가 부과되는 영구채의 실질을 부채로 재분류하면 풀무원의 재무제표는 악화한다. 미상환 영구채 전액을 부채로 환원할 경우 실질 부채총계는 2조원을 넘어서는 반면, 순수 자기자본은 2000억원대로 급감해 풀무원의 실질 부채비율은 700%대로 치솟게 된다. 풀무원이 누려온 재무안정성 지표가 영구채가 만들어낸 ‘회계적 착시’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질 레버리지 리스크와 관련해 풀무원 관계자는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제고 등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하듯 당사도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영구채를 활용하고 있다”며 “실질 레버리지 리스크는 인지하고 있으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풀무원의 본업 수익성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41.6% 늘었다. 반기순이익 역시 1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적자(-112억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법인의 두부·생면 생산라인 증설 효과와 중국 법인의 수익 기조 안착, 풀무원푸드앤컬처의 공항 컨세션 및 위탁급식 호조가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호실적의 과실은 주주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도한 차입금과 영구채에 지급되는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상쇄하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풀무원이 손익계산서상 계상한 순이자비용은 314억원(리스부채 이자비용 141억원 포함)이다. 여기에 손익계산서를 거치지 않고 자본 내 이익잉여금에서 직접 차감되는 영구채 배당금(수익분배금) 95억원을 합산하면, 풀무원이 상반기 부담한 실질 금융비용은 총 409억원에 이른다.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93.6%가 이자와 영구채 배당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지배기업 소유주 귀속 순이익(171억원)에서도 영구채 배당 조정액을 차감하고 나면 보통주 주주에게 귀속되는 실질 순이익은 97억원에 그친다.

회사 측은 향후 사업 부문별 수익성 확대와 엄격한 투자 관리를 통해 이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서비스유통사업의 외형 및 수익 성장을 이어가고, 해외식품제조유통사업의 수익 개선을 통한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것”이라며 “동시에 자본적 지출(CAPEX)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현금흐름을 창출함으로써 재무구조를 지속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저하는 조달 환경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풀무원의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1조2000억원을 웃도는 총차입금과 4350억원에 달하는 리스부채, 과도한 자본성 증권 의존도가 등급 강등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등급 강등 이후 풀무원은 공모채 시장 대신 사모펀드(PEF)와 증권사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구조화 사모 조달로 눈을 돌렸다. 8월 발행된 74회 영구채는 우리투자증권이 설립한 유동화 SPC ‘위비트러플제일차’가 인수했고, 75회 영구채는 ‘로하스퍼페츄얼’ 등 사모펀드가 받아갔다. 기관투자자 모집이 제한되면서 5.7~7.0%의 고금리와 2~3년 단위의 콜옵션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공모 발행 시 금리 및 시장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모 및 SPC를 활용한 것”이라며 “조달비용 상승은 신용등급 하락보다는 전반적인 시장금리 상승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회사 차원에서 보다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실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영구채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차환 발행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풀무원의 재무적 과제는 경영 체제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2월 창업주인 남승우 풀무원 기타비상무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이사회에서 공식 사임했다. 현재 이사회는 이효율 의장과 이우봉 총괄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 천영훈 사내이사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하기 위한 최우선 선결 과제로 외형 확장보다 실질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꼽는다. 본업에서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반으로 영구채 절대 잔액을 줄여나가지 못한다면, 향후 금리 변동성 확대나 경기 둔화 국면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재차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풀무원 역시 차입 축소를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과 CAPEX 규모 관리를 통한 외부 조달 축소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추진할 최우선 실행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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