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는 브릿지론 시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민간 주택공급 생태계가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하고, 금융·규제 지원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수도권 주택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민간 부문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디벨로퍼협회는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대한 업계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토부 관계자를 초청해 정책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3개 협회 회원사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설명에 나선 장우철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민간 공급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브릿지론 시장은 사실상 마비돼 있고 HUG나 HF 보증부 PF를 제외한 순수 민간 본 PF 시장도 여전히 크게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민간 공급 회복을 강조하는 것은 공공과 민간의 착공 흐름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공공 부문은 2022~2023년 부진을 딛고 장기 평균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민간은 서울 주택공급의 약 90%, 수도권은 약 80%를 담당한다.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를 확보한 뒤 브릿지론과 본 PF로 건설자금을 마련하고 분양대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다. 그러나 2022년 말 PF 위기 이후 초기 사업비를 조달하는 브릿지론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다.
장 정책관은 주택사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산업에 파이낸싱을 제공하면 비생산적 금융이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택 신축은 매매 및 전·월세 시장 안정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택과 일자리 간 불균형도 주거난을 키우는 구조적 원인으로 꼽았다. 장 정책관에 따르면 강남구의 주택은 약 23만 채인 반면 일자리는 약 89만 개에 달한다. 대규모 업무시설 개발로 일자리만 늘어나면 인접 지역까지 주거 수요가 확산하고 출퇴근 교통난도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와 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 부지, 옛 정보사 부지, 용산국제업무지구,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구 등을 언급하며 업무시설 개발 과정에서 주택과 일자리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진단에 따라 8·13 대책에서 PF 보증과 조기 착공 지원을 확대하고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을 유예했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과 일반주택의 사업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택지 착공 기간을 단축해 공급 시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장 정책관은 “이번 대책의 목표는 공급 숫자를 계속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시한 공급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고 실행력을 담보할 것인지에 있다”며 “범정부 특별 공급점검체계를 통해 현장의 애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도 정부의 지원 방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설명회 이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3개 협회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관련 제도가 조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은 과거처럼 공급 물량이나 택지 계획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세제·금융·인허가를 아우르고 아파트부터 비아파트·오피스텔까지 모든 주거 유형의 공급 방안을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정책의 성패는 현장의 세부 실행에 달린 만큼 업계에서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을 찾아 정부에 건의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