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매직, 성공일까 실패일까 [해시태그]

입력 2026-08-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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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한풀 꺾였지만 아직 한여름…입추매직 처서매직은 통했을까
절기는 그대로인데 가을은 늦어진다…처서매직 옛말 된 이유
8월 말 기온·태풍 변수까지 따져보니…올해 처서매직 2026 성적표는?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더위를 벗어나고파 이를 다시 기다려온 바람이 또 기대를 벗어날 전망입니다. 그러나 내리쬔 폭염에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이들 사이에서는 ‘매직’이 찾아왔다는 굳건한 믿음 속에 있는데요. 도대체 어느 쪽이 맞을까요?

“입추가 지나면 좀 시원해진다”는 ‘입추매직’은 앞서 올해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입추였던 지난 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8.0도까지 치솟았고, 서울 노원구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는 40.2도가 기록됐는데요. 서울의 관측지점에서 40도 이상의 기온이 나타난 것은 2018년 8월 1일 이후 처음이었죠.

하지만 입추 이후를 돌아보면 사뭇 달라진 기온을 느꼈는데요. 더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8월 초의 38~40도급 극한폭염에서는 한 단계 내려왔기 때문이죠. 일요일인 23일은 말 그대로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입니다.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그 처서엔 ‘진짜 매직’을 기대해도 될까요?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올해 입추매직을 ‘실패’라고 부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입추 당일이 오히려 이번 여름 최악의 폭염일 가운데 하나였거든요.

7일 서울 대표관측소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최고기온은 38.0도였는데요. 노원구에서는 40.2도까지 올랐고 하남과 광양 등에서도 40도를 넘긴 관측지점이 나왔죠.

그런데 이날 저녁부터 상황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상청은 7일 오후 6시를 기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과 강원 영서, 호남 등에 내려져 있던 폭염중대경보를 모두 해제했습니다. 폭염경보 자체는 유지됐지만 ‘중대경보’ 단계의 극단적인 더위에서는 벗어나기 시작한 건데요.

10일에는 변화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기상청이 이날 오후 4시 폭염특보를 대거 해제·하향하면서 전국에서 폭염경보가 내려진 곳은 없어졌고,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육상 특보구역도 전체 235곳 가운데 57곳으로 줄었죠.

11일에는 제13호 태풍 돌핀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면서 기압계까지 달라졌는데요. 기상청은 당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었던 구조가 해소되고 비교적 차고 건조한 북동풍이 유입되면서 ‘극한폭염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죠. 30도 후반까지 치솟던 기온이 30도 초중반 수준으로 내려오자, 여전히 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 정도면 입추매직이 온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냉방 중 문을 개방한 채 영업하는 행위는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을 약 1.7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늘려 폭염 시기 전력 피크 부하를 키우는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로 손꼽힌다. 고성준 기자 joonko1@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냉방 중 문을 개방한 채 영업하는 행위는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을 약 1.7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늘려 폭염 시기 전력 피크 부하를 키우는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 사례로 손꼽힌다. 고성준 기자 joonko1@


그렇다면 처서는 어떨까요? 기상청은 20일 정례 예보브리핑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한반도로 확장하면서 당분간 무더위와 소나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22~23일 주말에는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처서인 23일에도 내륙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릴 수 있지만, 강한 햇볕과 높은 습도로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죠.

다만 이번 더위가 8월 초의 극한폭염 수준으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북태평양고기압에 더해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까지 강하게 발달했는데요. 지금은 티베트고기압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죠. 여기에 8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햇볕을 받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여름이 물러가는 느낌을 기대한다면 이번 처서매직은 또 실패인데요. ‘처서매직은 옛말’이라는 평가처럼요. 하지만 이렇게 단순 정의하기에는 기온의 변화는 분명 있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처서 이후 서울의 기온은 25일과 26일 25~32도, 27일 24~32도, 28일 23~31도, 29일과 30일은 22~31도로 예보됐습니다. 낮 최고기온의 하락 폭은 크지 않지만 최저기온이 25도에서 22도까지 내려가는데요. 파주는 30일 21~29도, 충주와 대전 등 일부 내륙도 8월 말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20~21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8월 초 서울이 38도, 일부 지역이 40도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 뚜렷한데요. 8월 중순에는 30도 초중반으로 내려왔고, 8월 말에는 낮보다 아침과 밤 기온이 먼저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이 느껴지는 ‘매직’은 아니더라도, 한여름의 정점에서는 확실히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죠.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최근 10년 관측값을 보면 ‘처서매직’이 완전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2016~2025년 처서 전후를 비교한 결과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10년 모두 낮아졌고, 평균기온도 8차례 하락했는데요.

서울은 처서 전후 평균기온이 27.54도에서 25.08도로 2.46도, 평균 최고기온은 31.60도에서 28.69도로 2.91도 떨어졌습니다. 특히 2016년과 2022년에는 전국 평균기온이 각각 5.3도, 3.6도 낮아져 말 그대로 ‘처서매직’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그러나 기후변화로 그 시점이 점점 밀리고 있는 것이 문제인데요. 기상청이 2021년 발표한 ‘기후변화가 바꾼 우리나라 사계절과 24절기’에 따르면 1912~1940년 처서 평균기온은 24.4도였지만 1991~2020년에는 25.4도로 1도 높았죠. 과거 처서 무렵의 기온이 나타나는 시점도 평균 8일 뒤로 밀렸습니다.

입추는 12일, 백로는 5일, 추분은 9일 늦어졌습니다. 절기는 같은 날 찾아오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계절은 달라진거죠.

태풍도 변수입니다. 기상청이 21일 오전에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제18호 태풍 ‘사우델’은 이날 오전 9시 중심기압 98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27m의 세력으로 북서진하고 있는데요. 23일에는 최대풍속 초속 49m의 ‘강도 4’ 태풍으로 발달한 뒤 26일에는 오키나와 부근까지 접근할 전망이죠. 사우델의 실제 이동 경로에 따라 8월 말 기압계와 기온 전망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태풍이 더위를 끝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처서 다음 후보는 백로와 추분이죠. 올해 백로는 9월 7일, 추분은 9월 23일인데요. 다만 9월에도 늦더위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죠. 기상청의 ‘2026년 7~9월 3개월 전망’에서는 9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55%로 봤는데요.

그래도 9월 하순으로 갈수록 계절 전환 가능성은 커집니다. 기상청의 장기 분석에 따르면 최근 30년 기준 ‘기후학적 가을 시작일’은 평균 9월 26일인데요. 기록적인 늦더위를 겪었던 2024년에도 9월 19일까지 37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졌지만, 20~21일을 기점으로 더위가 꺾였습니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로 추분 이틀 뒤이자 최근 30년 평균 가을 시작일과도 거의 맞닿아 있습니다. 9월 자체가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있어 낮에는 반팔이 어울릴 만큼 더울 수 있지만, 한여름형 폭염과는 성격이 다르죠.

2026년 입추와 처서. 분명 매직은 오지 않았지만, 매직이 온 이상한 성적표인데요. 그렇기에 처서매직 또한 ‘성공’과 ‘실패’ 어느 한쪽으로만 나누기 어렵죠. 절기는 제자리에 있지만, 실제 계절은 예전보다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요. 어느 한날 갑자기 찾아오는 ‘매직’보다, 조금씩 달라지는 공기 속에서 가을을 먼저 느끼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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