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못 채우고 비밀투표도 생략…法 “징계사유 있어도 해고 무효”

입력 2026-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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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회사가 취업규칙으로 정한 징계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면 해고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최근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서비스업 등을 하는 A 사는 연구개발팀 직원 B·C·D 씨가 회사 자산과 기술을 이용해 동종업계 사업을 추진하고 영업비밀을 누설하는 한편, 근무시간에 회사 업무 외 동종업계 사업을 기획·진행했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해고했다.

B 씨 등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고 봤지만, 징계관리규정상 징계위원회의 정족수가 4명 이상임에도 3명만 참석한 뒤 징계를 결정한 점,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은 점 등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이에 A 사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조소현 기자 sohyun@)

쟁점은 A 사의 징계관리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와 회사가 해당 규정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했는지였다. A 사는 징계관리규정을 정식으로 공지·등록하지 않았고 근로기준법상 의견청취·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아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관리규정이 근로자의 해고 등 징계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있고 회사 내부 ‘전사규정’ 폴더에 게시돼 시행되고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근로자 의견청취·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취업규칙이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또 실제 징계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A 사의 징계관리규정은 징계위원회 회의정족수를 4명 이상으로 정했지만 당시 인사위원회에는 3명의 위원만 참석했다. 불참한 위원이 다음 날 다른 위원들과 함께 회의 녹취록을 청취한 뒤 해고 의결에 참여했더라도 정족수 미달이라는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징계 의결 과정에서 규정이 정한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도록 한 것은 투표의 비밀성을 보장해 위원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위원들의 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는 징계관리규정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며 B 씨 등에 대한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중노위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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